같은 1.5도라도 같은 약속이 아니다

기후 기사에는 숫자가 빽빽합니다. 1.5도, 2도, 2050년, 넷제로, 43% 감축. 하나하나는 단순해 보이지만, 같은 숫자가 문장마다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1.5도가 목표일 때와 전망일 때와 한계선일 때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이 글은 기후 목표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 기사에 나오는 숫자가 각각 무엇을 재는 값인지 구분하려는 것입니다. 구분이 되고 나면, 언뜻 모순처럼 보이던 보도들이 실은 서로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파리협정이 실제로 쓴 문장

파리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COP21에서 195개 당사자가 채택했고 2016년 11월 4일 발효했습니다. 2026년 1월 27일 기준 당사국은 194개입니다. 채택 당시보다 하나가 줄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체제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협정의 온도 목표는 흔히 "1.5도"로 요약되지만 원문의 구조는 두 겹입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 억제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앞은 억제 대상이고 뒤는 노력 목표입니다. 두 문장의 법적 무게가 다릅니다.

1.5도로 제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수치로 제시돼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늦어도 2025년 이전에 정점을 찍고 2030년까지 43% 줄어야 합니다. 이 숫자를 기사에서 볼 때는 그것이 목표인지, 필요조건인지, 현재 추세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43%는 세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입니다.

약속과 정책 사이의 간극

기후 숫자에서 가장 자주 섞이는 두 가지가 약속정책입니다. 각국이 유엔에 제출하는 감축 목표를 국가결정기여(NDC)라고 합니다. 이것은 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실제로 시행 중인 법과 제도는 별개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배출격차보고서 2025년판은 두 값을 나란히 놓습니다. NDC가 완전히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금세기 온난화 전망은 2.3~2.5도입니다. 현재 정책만으로 계산하면 2.8도입니다. 같은 세계를 두고 0.3~0.5도의 차이가 납니다. 그 차이가 곧 "말한 것"과 "하고 있는 것" 사이의 거리입니다.

그러므로 "지구가 2.8도 오른다"와 "지구가 2.4도 오른다"는 보도는 서로 모순이 아닙니다. 하나는 현재 정책 기준이고 하나는 약속이 전부 지켜졌을 때의 값입니다. 기사에 그 전제가 적혀 있지 않으면, 그것부터 찾아야 합니다.

0.1도의 산술 — 개선이 개선이 아닐 때

배출격차보고서 2025년판은 전년 대비 숫자가 나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직전 보고서의 NDC 기준 전망은 2.6~2.8도, 현재 정책 기준은 3.1도였으니 둘 다 내려간 셈입니다.

그런데 보고서는 그 개선분을 스스로 해부합니다. 개선의 0.1도는 방법론 갱신에서 왔고, 예정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또 0.1도를 상쇄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그 둘을 빼고 나면 새 NDC 자체가 만든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원문의 표현은 "바늘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입니다.

이것이 기후 숫자를 읽을 때 가장 실용적인 습관입니다. 값이 좋아졌다면, 세상이 좋아진 것인지 계산 방식이 바뀐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두 가지는 같은 방향으로 숫자를 움직이지만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기준연도를 보지 않으면 감축률은 뜻이 없다

"55% 감축"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는 아무 정보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 대비인지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배출격차보고서 2025년판은 2035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35%를 줄이면 2도 경로에, 55%를 줄이면 1.5도 경로에 부합한다고 제시합니다. 여기서 기준연도는 2019년입니다. 다른 문서는 1990년을 쓰기도 하고 2005년이나 2013년을 쓰기도 합니다. 기준연도가 높을수록 같은 감축률이 더 쉬워집니다.

목표 연도도 같은 함정을 품고 있습니다. 2030년 목표와 2050년 목표는 난이도가 다를 뿐 아니라 정치적 성격도 다릅니다. 2030년은 현직 정부의 임기 안이거나 그 언저리이고, 2050년은 지금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리에 없는 시점입니다. 같은 나라가 2050년 목표는 야심 차게 잡고 2030년 목표는 보수적으로 잡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기후 목표를 비교할 때는 먼 목표보다 가까운 목표를 먼저 보는 편이 실제 궤도를 더 잘 보여 줍니다.

그래서 두 나라의 "40% 감축"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기사는 대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기준연도와 대상 연도가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목표 연도(2030인가 2035인가 2050인가)와 기준 연도(1990인가 2019인가) 두 개를 함께 적지 않은 감축률은 읽을 수 없는 숫자입니다.

‘초과(overshoot)’라는 새로 등장한 단어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초과(overshoot)입니다. 1.5도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이분법 대신, 일시적으로 넘긴 뒤 되돌리는 경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배출격차보고서 2025년판은 필요한 감축 폭의 크기와 남은 시간, 정치적 여건을 고려할 때 "1.5도를 더 크게 초과하는 일이 향후 10년 안에 매우 높은 확률로 일어날 것"이라고 적습니다. 그리고 그 초과 폭을 줄이는 것이 과제라고 이어 갑니다.

이 변화는 기사 읽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1.5도가 무너졌다"는 제목과 "1.5도는 아직 도달 가능하다"는 제목이 같은 주에 나올 수 있습니다. 앞은 특정 연도의 관측값을, 뒤는 장기 평균과 되돌림 경로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같은 것을 말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2050 넷제로’는 무엇의 넷제로인가

목표 연도에도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2050년 넷제로"라는 문구는 무엇의 배출을 다루는지에 따라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5월 「2050 넷제로: 글로벌 에너지 부문 로드맵」을 냈고 2023년에 갱신했습니다. 제목이 말하듯 이것은 에너지 부문의 경로입니다. 전 경제의 모든 온실가스를 다루는 계산이 아닙니다. 농업과 토지 이용,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배출은 다른 틀에서 다뤄집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구분이 붙습니다. 국가의 넷제로 선언은 대개 자국 영토에서 발생한 배출을 기준으로 합니다. 수입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가 배출한 몫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2050 넷제로"라도 에너지 부문인지 전 부문인지, 영토 기준인지 소비 기준인지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IEA는 2021년 로드맵을 두고 "좁지만 실현 가능한 경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사이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2년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목표 연도가 같다고 해서 그 목표가 같은 것을 약속하지는 않습니다.

기후 숫자를 만났을 때 던질 네 가지 질문

첫째, 목표인가 전망인가. 1.5도는 협정이 추구하는 목표이고, 2.8도는 현재 정책의 전망입니다. 같은 단위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둘째, 약속 기준인가 정책 기준인가. NDC가 전부 이행됐을 때의 값과 지금 시행 중인 정책만으로 계산한 값은 2025년 기준 0.3~0.5도 차이가 납니다.

셋째, 기준연도는 언제인가. 기준연도 없는 감축률은 해석할 수 없습니다. 2019년 대비 55%와 1990년 대비 55%는 전혀 다른 과제입니다.

넷째, 숫자가 움직였다면 무엇이 움직인 것인가. 배출이 줄어서인지, 방법론이 바뀌어서인지, 참여국이 달라져서인지. 2025년 보고서는 이 셋을 명시적으로 분리해 보여 줍니다.

기후 보도를 읽는 일은 결국 단위를 맞추는 일에 가깝습니다.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기 전에 그것이 같은 종류의 숫자인지부터 확인하면, 모순처럼 보이던 기사들이 대개 정렬됩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