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 스탠퍼드 HAI에 따르면 2024년 기업 AI 투자는 2,523억 달러였고, 조직에서 AI를 쓴다는 응답은 2023년 55%에서 2024년 78%로 늘었다.
• IEA에 따르면 2024년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인 415TWh를 썼고, 2017년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해마다 평균 약 12%씩 늘었다.
• KDI 분석에서 2023년 기준 국내 일자리의 38.8%는 기술적으로 업무의 7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었지만, 2023년 9월 말 기업 800곳 설문에서 AI 도입률은 2.3%였다.

1. AI와 경제를 함께 묻게 되는 이유

인공지능을 기술 이야기로만 읽기 어려워진 배경에는 숫자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S&P 500에 속한 AI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이 2022년 이후 약 12조 달러 늘었다고 정리했다.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HAI)는 2024년 기업의 AI 투자가 2,523억 달러였다고 집계했다. 같은 자료에서 민간투자는 전년보다 44.5%, 인수합병은 12.1% 늘었다. 이만큼 큰돈이 한 분야로 모이면 일자리와 생산성, 전기와 임금에 어떤 흔적이 남는지 묻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숫자들은 여러 기관이 서로 다른 대상과 시점을 조사한 결과다. 이 글은 먼저 노동자가 생성형 AI에 얼마나 노출돼 있고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 살핀다. 이어 투자와 업무시간 변화, 기업 현장의 도입과 비용, 전력과 공급망, 이익과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차례로 본다. 그다음 한국 경제에 대한 한국은행의 시뮬레이션과 제도 변화를 확인하고, 마지막에 세 가지로 정리한다. 각 절에서는 출처가 말한 내용과 필자의 해석을 되도록 나눠 적었다.

2. ILO 2025년 갱신판과 한국은행 조사: 노동자 4명 중 1명이 노출, 국내 근로자 63.5%가 활용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갱신판에서 전 세계 노동자 4명 중 1명이 어느 정도 생성형 AI에 노출된 직업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사람과 AI의 판단을 함께 쓰는 방법으로 6자리 직업분류 수준에서 약 3만 개 과업을 살폈다고 설명된다. 평균 자동화 점수는 0.29로 2023년의 0.30보다 조금 낮았다. 반면 음성·이미지·영상 생성 능력이 커지면서 미디어·웹 관련 직업의 여러 과업은 자동화 점수가 올라갔다. 평균이 거의 그대로여도 직업마다 흐름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 가계조사에서는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쓰고 있었다. 업무 용도로만 좁혀도 활용률은 51.8%였다. 한국은행은 국내 활용률이 미국의 2배쯤이고, 확산 속도는 인터넷 도입 때보다 8배 빠르다고 비교했다. 노출이라는 가능성 지표와 활용이라는 실제 행동 지표를 나란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조사를 함께 읽을 만하다. 다만 ILO는 전 세계 직업을, 한국은행은 국내 근로자를 조사해서 두 수치를 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새벽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 복도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새벽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 복도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3. 스탠퍼드 HAI·IEA·한국은행: 생성형 AI 투자 339억 달러, 업무시간 3.8% 단축

스탠퍼드 HAI에 따르면 2024년 생성형 AI 민간투자는 339억 달러였다. 2023년보다 18.7% 늘었고 2022년의 8.5배를 넘었다. 같은 해 미국의 AI 민간투자는 1,091억 달러로 중국(93억 달러)의 약 12배, 영국(45억 달러)의 24배였다. 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가 2022년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 2024년 5,0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집계했다. 다만 IEA의 데이터센터 투자액 가운데 AI용이 얼마인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투자가 일하는 시간에 어떤 변화를 남기는지는 한국은행 조사에서 일부 엿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쓰면서 업무시간이 평균 3.8% 줄었고, 주 40시간 근무로 치면 1.5시간이다. 이로 인한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는 1.0%로 추정됐다. 업무시간이 줄어든 효과는 경력이 짧은 근로자에게서 더 컸고, 한국은행은 이를 숙련도 격차를 줄이는 평준화 효과로 해석했다. '잠재적'이라는 표현이 붙은 만큼, 줄어든 시간이 실제로 생산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아직 추정 단계로 읽는 편이 신중하다.

4. 스탠퍼드 HAI·한국은행·KDI: 조직의 AI 사용 78%, 물리적 AI 노출 11%, 자동화 가능 일자리 38.8%

스탠퍼드 HAI 자료에서 조직이 AI를 쓴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23년 55%에서 2024년 78%로 뛰었다. 서비스 운영에 AI를 쓰는 조직의 응답자 49%가 비용 절감을 보고했고, 공급망 관리는 43%,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41%였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보고한 응답자 대부분은 절감 폭이 10%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를 보면 AI를 쓰는 조직은 빠르게 늘었지만 비용 절감 폭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계와 함께 일하는 영역도 있다. 스탠퍼드 HAI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은 산업용 로봇 27만 6,300대를 설치했는데, 이는 일본의 6배, 미국의 7.3배였다. 한국은행은 자율로봇과 함께 일하는, 즉 물리적 AI에 노출된 근로자 비중이 현재 11%이며 앞으로 27%까지 늘 것으로 내다봤다. KDI 분석으로는 2023년 기준 국내 일자리의 38.8%가 기술적으로 업무의 7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라는 조건이 붙어 있어서, 이 수치를 실제로 대체될 일자리 규모로 읽는 것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오후 사무실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뒷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오후 사무실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뒷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5. IEA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 415TWh와 KDI 국내 기업 AI 도입률 2.3%

IEA에 따르면 2024년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인 415TWh를 썼다. 2017년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해마다 평균 약 12%씩 늘어, 전체 전력 소비보다 4배 넘게 빨리 늘었다. 스탠퍼드 HAI 자료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에 쓸 전력을 확보하려고 스리마일섬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16억 달러 규모 계약을 발표했다는 내용도 있다. IEA는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자본집약도가 알루미늄 제련소보다 10배 높고, 현재 전 세계 정제 갈륨 공급의 약 99%를 중국이 차지한다고 정리했다. AI 경제가 전력과 소재 공급이라는 물리적 조건과도 얽혀 있음을 보여 주는 자료로 읽힌다.

한국 기업 현장의 도입 수치는 이와 사뭇 다르다. KDI가 인용한 정보화통계조사에서 2021년 말 기준 10인 이상 민간기업의 AI 도입률은 2.7%였다. 250인 이상 대기업만 보면 도입률이 약 20%에 이른다. 2023년 9월 말 KDI가 국내 기업 800곳을 설문한 결과도 도입률 2.3%로 낮았다. 세계 투자 흐름과 국내 기업 전반의 도입 사이에 거리가 있고,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6. JRC와 KDI: EU 생성형 AI 활동 7%, 교사 노출도는 다른 직업 90%보다 높고 청년층에 부정적 효과 집중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는 EU가 전 세계 생성형 AI 활동의 7%로 3위이고 중국은 60%, 미국은 12%라고 밝혔다. 유럽은 생성형 AI 연구 논문의 21%를 내 세계 2위였고, 2023년에는 3,000편이 넘었다. 반면 EU의 특허 출원은 세계의 2%에 그쳤다. 이 수치로 보면 연구 성과와 특허 출원이라는 두 지표가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JRC 자료에는 교육과 공정성에 관한 내용도 있다. JRC 연구에서 교사는 다른 직업의 90%보다 AI 노출도가 높았다. 또 금융 의사결정에 쓰는 AI 모델을 실험했더니 남성에게 약 4% 유리한 성별 편향이 나타났다. 교실과 금융 창구처럼 사람을 직접 대하는 영역에서도 AI의 경제적 영향을 따져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로 읽힌다.

KDI 분석에서는 지역의 AI 영향률이 높아져도 임금근로 여부 전체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근로자 임금, 특히 여성 평균임금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직종별로는 정보통신 전문가와 기술직을 중심으로 전문직 고용이 늘었고 서비스단순노무직 고용은 줄었다. 고용과 임금에 대한 부정적 효과는 남성 30~44세나 여성 15~29세 등 청년층과 전문대졸 이상에 집중됐다. 중장년층과 고졸 이하에서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전체 총량이 비슷해 보여도 집단별로는 영향의 방향이 갈릴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아침 공장의 산업용 로봇 팔 조립 라인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아침 공장의 산업용 로봇 팔 조립 라인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7. 한국은행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 기본법: GDP 4.2~12.6% 상승 가능성, 2026년 1월 시행

한국은행 모형 시뮬레이션에서 AI 도입은 한국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생산성이 늘어나는 효과는 모든 기업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이 인용한 2023년 IBM 조사에서는 국내 대기업의 48%가 이미 AI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은 한국이 2024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수출의 약 23%를 차지한다는 점도 짚었다. IBM 조사와 KDI 설문은 대상과 방법이 달라, 48%와 2.3%를 곧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근로자 쪽 수치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한국 근로자 가운데 AI 도입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을 24%,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비율을 27%로 제시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근로자의 48.1%는 AI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7.5%였다. 근로자의 32.3%는 AI 기술발전 기금에 참여할 뜻을 밝혔고, 이들의 지불의사를 반영하면 5년간 약 38조원을 모을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제도 측면에서는 법이 마련됐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2025년 1월 21일 법률 제20676호로 제정됐다. 시행일은 2026년 1월 22일로 정해져 있다. 법의 구체적 조항이 투자나 고용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이 글의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8. 숫자를 겹쳐 읽을 때 남는 세 가지

첫째, 투자 규모와 현장에서 확인되는 효과 사이에는 간격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가총액 약 12조 달러 증가와 기업 AI 투자 2,523억 달러는 큰 숫자다. 반면 비용 절감을 보고한 조직도 대부분 절감 폭이 10% 미만이었고,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는 1.0%였다. KDI 설문에서 국내 기업 도입률은 2.3%였다. 따라서 투자액만으로 경제 전반의 변화를 가늠하기는 이르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영향은 고르게 나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생산성 효과는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졌다. KDI 분석에서는 청년층과 전문대졸 이상에서 부정적 효과가, 여성 평균임금에서 감소가 추정됐다. 동시에 한국은행은 경력이 짧은 근로자의 업무시간이 더 많이 줄어든 것을 평준화 효과로 해석했다. 같은 기술이라도 어떤 지표로 보느냐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과 줄어드는 모습이 함께 보인다고 정리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의 조건은 기회와 과제를 함께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국은행은 한국이 AI 준비 지수에서 165개국 중 15위로 평가됐다고 소개했다. 또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2023~2050년 한국 GDP가 16.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들은 모형과 가정에 기댄 추정이어서 확정된 전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건부 계산으로 읽는 편이 적절하다. 투자와 도입, 분배와 제도를 함께 살피는 것이 AI와 경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함께 읽기: AI와 양자컴퓨터,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못 하는 것: 양자 우위 실험, 양자 머신러닝, 오류 정정의 현재 · 성·이름 순서는 하나가 아니다: 세계의 이름 체계와 ICAO 여권 표기 규격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