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례는 문화이자 법이다

사람이 죽은 뒤 무엇을 하는가는 가장 오래된 문화 가운데 하나이지만, 오늘날 그 절차의 상당 부분은 법이 정합니다. 언제부터 매장할 수 있는지, 어디서 화장해야 하는지, 유골을 어디에 둘 수 있는지, 시신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허용되는지는 모두 법령에 적혀 있습니다. 반면 죽은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하는가는 여전히 공동체의 몫입니다. 이 글은 그 두 층을 함께 읽습니다. 먼저 한국과 일본의 “24시간”이라는 규칙, 영국·미국·그 밖의 나라들의 화장률이 말해 주는 변화, 워싱턴주의 새로운 선택지, 그리고 유네스코가 기록한 멕시코의 애도 축제입니다.

2. 한국: 사망 뒤 24시간, 그리고 화장률 90%대

법제처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한국의 매장 규칙을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사망 또는 사산한 때부터 24시간이 지나야 매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근거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이며, “이를 위반하여 사망 또는 사산한 후 24시간 이내에 매장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제40조 제1호).”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정해진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24시간 전 매장이 가능합니다. 같은 법은 매장을 “시신(임신 4개월 이후에 죽은 태아 포함)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장사하는 것”으로, 개장을 “매장한 시신이나 유골을 다른 분묘 또는 봉안시설에 옮기거나 화장 또는 자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전통적으로 매장을 해 온 한국은 한 세대 만에 화장 사회가 되었습니다. 영국 화장협회가 각국 기관에서 받아 정리한 국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사망자 352,906명 가운데 326,183명이 화장되어 화장률은 92.43%(잠정)였습니다. 화장이 늘면서 유골을 두는 방식도 봉안시설과 자연장으로 나뉘었고, 장사법은 이 세 가지(매장·화장·자연장)를 나란히 규정합니다. 죽은 뒤 하루를 기다리는 규칙은 그대로이지만, 그 하루 뒤에 가는 길은 크게 달라진 것입니다.

흰 국화로 꾸민 동아시아식 빈소 제단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흰 국화로 꾸민 동아시아식 빈소 제단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3. 일본: 1948년 법이 정한 24시간과 화장장, 그리고 99.97%

일본의 규칙은 1948년 법률 제48호인 「묘지, 매장 등에 관한 법률」에 있습니다.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이 묘지·납골당·화장장의 관리와 매장 등이 “국민의 종교적 감정에 적합하고, 공중위생 그 밖의 공공복리의 견지에서 지장 없이 행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힙니다. 제3조는 한국과 같은 24시간 규칙입니다. “매장 또는 화장은 다른 법령에 별도의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망 또는 사산 후 24시간을 경과한 뒤가 아니면 행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임신 7개월에 이르지 않은 사산의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조는 “매장 또는 소골의 매장은 묘지 이외의 구역에서 행해서는 안 되고”, “화장은 화장장 이외의 시설에서 행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며, 제5조는 매장·화장·개장을 하려는 사람이 시정촌장의 허가를 받도록 합니다.

이러한 법제와 오랜 관습이 맞물린 일본은 세계에서 화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영국 화장협회의 국제 통계는 2023년 일본의 사망자 1,622,009명 가운데 1,621,548명이 화장되어 화장률 99.97%였다고 기록하며, 2022년도 같은 99.97%였습니다. 같은 표에서 홍콩은 96.96%, 덴마크 86.48%, 체코 85.64%, 독일 76.00%, 캐나다 75.31%였고, 이탈리아는 38.16%, 아일랜드 28.25%, 그리스 4.61%에 그쳤습니다. 종교와 역사, 토지 사정에 따라 “죽은 뒤의 길”이 나라마다 얼마나 다른지 숫자가 보여줍니다.

4. 영국: 1885년 첫 화장에서 다섯 명 중 네 명까지

영국 화장협회는 1885년부터 지금까지 화장의 진행 기록을 해마다 집계합니다. 협회의 표에 따르면 “첫 화장은 1885년 3월 26일 워킹에서” 이뤄졌고, 2024년 영국(브리티시 아일랜즈 기준) 전체 사망자 651,380명 가운데 522,429명이 화장되어 화장률은 80.20%였습니다. 지역별로는 잉글랜드·웨일스가 82.70%, 스코틀랜드가 73.59%였고, 북아일랜드는 24.16%로 크게 낮았습니다. 2025년 잠정치는 전체 80.46%입니다.

영국의 곡선은 화장이 어떻게 “예외”에서 “기본”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1885년의 첫 사례에서 출발해 2024년에는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이 화장을 택하게 되었고, 한 나라 안에서도 종교·문화 배경에 따라 북아일랜드처럼 매장이 여전히 다수인 지역이 남아 있습니다. 화장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각 공동체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의 지표입니다.

금잔화와 초, 음식으로 차린 멕시코 죽은 자의 날 제단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금잔화와 초, 음식으로 차린 멕시코 죽은 자의 날 제단(오프렌다)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5. 미국: 2045년 화장률 82%, 그리고 워싱턴주의 “흙으로 돌아가는” 법

미국은 지금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미국 장례지도사협회(NFDA)는 2025년 9월 갱신한 통계 페이지에서 “2025년 화장률 전망치는 63.4%”, “매장률은 31.6%로 전망”되며 “2045년에는 화장이 82.3%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페이지는 소비자의 61.4%가 “친환경 장례 선택지를 알아보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합니다. 화장이 다수가 된 지 오래지 않은 나라에서 다음 질문이 이미 “화장 다음은 무엇인가”로 옮겨 간 것입니다.

그 답의 하나가 워싱턴주에서 나왔습니다. 주 의회 기록에 따르면 “인간 유해에 관한” 상원 법안 5001호는 2019년 5월 21일 주지사가 서명해 2019년 법률 제432장이 되었고, 시행일은 2020년 5월 1일입니다. 워싱턴주 지방정부 연구기관 MRSC의 해설은 이 법이 “자연 유기 환원(natural organic reduction)”을 “인간 유해를 흙으로 전환하는, 밀폐되고 가속된 과정”으로 정의하며, 큰 용기에 유해를 짚·나무 조각 등 자연 재료와 함께 넣어 “약 4~6주” 동안 분해해 흙으로 만들고, 유족이 그 흙을 받아 정원에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데 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이를 허용한 첫 번째 주”이며, 같은 법은 “수(水)화장”이라 불리는 알칼리 가수분해도 허용했는데 이 방식은 당시 이미 다른 19개 주에서 합법이었습니다. MRSC는 워싱턴주의 화장률이 77%로 “어느 주보다 높다”고 덧붙입니다. 화장률이 가장 높은 주가 화장 다음의 길을 가장 먼저 연 셈입니다.

6. 멕시코: 죽은 이가 돌아오는 날, 유네스코가 기록한 애도

장례가 끝난 뒤의 애도는 법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입니다. 유네스코는 멕시코의 “죽은 자에게 바치는 원주민 축제(죽은 자의 날)”를 2003년 걸작으로 선포하고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습니다. 유네스코의 설명에 따르면 이 축제는 “세상을 떠난 친척과 사랑하는 이들이 잠시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며,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립니다. 이 시기는 “나라의 주된 식량 작물인 옥수수의 한 해 재배 주기가 끝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묘지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길에 꽃잎과 초, 제물을 놓아 영혼이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돕고”,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준비해 집 안의 제단과 무덤 곁에 꽃과 종이 공예 같은 전통 수공예품과 함께” 차립니다. 유네스코는 “죽은 이가 풍성한 옥수수 수확 같은 번영을 가져올 수도, 질병이나 사고 같은 불운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준비에 큰 정성을 기울인다”고 덧붙입니다. 죽음을 단절이 아니라 해마다 돌아오는 방문으로 여기는 이 세계관은, 24시간과 화장률의 숫자로 이뤄진 앞의 이야기들과 나란히 놓을 때 장례 문화의 폭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나무 아래 유골을 모시는 자연장지를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나무 아래 유골을 모시는 자연장지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7. 여섯 나라가 함께 보여주는 것

첫째, 장례의 첫 규칙은 기다림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법으로 24시간을 정해 두었습니다. 법 조문이 취지를 직접 밝히지는 않지만, 이 시간은 흔히 사망 확인과 남은 사람들의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여백으로 설명됩니다.

둘째, 화장은 세계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 속도와 도착점은 다릅니다. 일본의 99.97%, 한국의 92%, 영국의 80%, 미국의 63%, 이탈리아의 38%, 그리스의 5%는 같은 시대의 숫자입니다. 화장률의 차이는 종교, 토지, 법, 그리고 한 세대가 앞 세대와 다르게 내린 선택의 결과입니다.

셋째, 장례의 방식은 계속 새로 쓰입니다. 워싱턴주의 2019년 법은 시신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길을 열었고, 한국의 장사법은 자연장을 매장·화장과 나란히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절차가 끝난 뒤에도 멕시코의 가족들은 해마다 꽃잎으로 길을 만들어 죽은 이를 집으로 맞이합니다. 장례는 죽은 이를 보내는 일이지만, 애도는 그들을 계속 곁에 두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