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 1월 1일은 세계 공통의 새해가 아니라 태양력 하나의 새해입니다. 달을 따르는 순태음력, 달과 태양을 함께 맞추는 태음태양력, 태양이 특정 별자리에 드는 날을 기준으로 삼는 달력이 각자 다른 새해를 갖습니다.
• 한국의 설은 태음태양력의 정월 초하루로, 1896년 태양력 채택 뒤 양력설에 밀렸다가 1985년 ‘민속의 날’, 1989년 ‘설날’ 명칭 회복, 1991년 3일 연휴를 거쳐 되돌아왔습니다. 중국의 춘절은 2024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 노루즈는 춘분(3월 20~21일), 송끄란은 태양이 양자리에 드는 4월 중순, 로쉬 하샤나는 티슈레이 1일, 이슬람 새해는 매년 약 11일씩 앞당겨지는 무하람 1일, 에티오피아의 엔쿠타타시는 13개월 달력의 9월 11일입니다.

1. 새해가 하나가 아닌 이유: 달력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세계가 같은 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 해의 길이와 시작을 정하는 달력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제 표준으로 쓰이는 그레고리력은 태양의 주기만 따르는 태양력이고, 그 첫날이 1월 1일입니다. 그러나 달의 위상만 따르는 순태음력은 한 해가 354~355일이어서 태양력보다 매년 약 11일 짧고, 달과 태양을 함께 맞추는 태음태양력은 몇 해에 한 번 윤달을 넣어 계절을 붙잡습니다. 여기에 태양이 특정 별자리에 드는 날을 새해로 삼는 전통까지 더하면, 세계에는 적어도 네 가지 기준의 새해가 공존합니다.

이 글은 그 기준을 축으로 삼아 일곱 개의 새해를 읽습니다. 태음태양력의 설과 춘절과 로쉬 하샤나, 춘분의 노루즈, 별자리의 송끄란, 순태음력의 이슬람 새해, 그리고 태양력이지만 13개월인 에티오피아의 새해입니다. 각 새해는 그 사회가 시간을 어떻게 세는지, 그리고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감수하는지를 보여줍니다.

2. 달과 태양을 함께 맞추는 새해: 설, 춘절, 로쉬 하샤나

한국의 설은 태음태양력의 정월 초하루입니다. 국가기록원은 설을 “음력 정월 초하루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 ‘새해에 대한 낯섦’이라는 의미에서 새해 첫날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설날이 되면 아침 일찍 일어나 설빔으로 갈아입고 집안의 웃어른에게 세배를 드리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고 적으며, 절기 음식으로 떡국, 도소주, 수정과를 듭니다. 그런데 이 명절은 한 세기 동안 국가 달력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음력설은 1896년 태양력 실시와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양력설로 대체되었”고, 광복 뒤에도 정부는 “이중과세라는 낭비성과 국제화에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어 양력설을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논의가 이어진 끝에 “1985년에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지정”했고, “1989년에 ‘설날’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고 1991년부터 3일 연휴제를 시행”했습니다. 오늘의 설 연휴는 오래된 전통이면서 동시에 1989년의 정치적 결정입니다.

같은 태음태양력의 정월 초하루를 새해로 삼는 중국의 춘절은 2024년 12월 4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춘절, 전통 새해를 기념하는 중국인의 사회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랐습니다. 중국 정부 공식 사이트는 이 등재로 중국의 등재 유산이 44건이 되었다고 밝히며, 새해 준비와 섣달그믐 밤샘, 가족·친지 방문, 어른들이 계획하는 활동과 공동체 행사가 이 관행에 포함된다고 설명합니다.

유대 달력의 새해 로쉬 하샤나도 태음태양력 위에 있습니다. 유대 교육 사이트 하바드(Chabad.org)의 설명에 따르면 유대 달력의 한 달은 달의 주기 약 29.5일을 따르므로 29일(‘부족한 달’)이거나 30일(‘찬 달’)이고, 12개월은 354일이어서 “달을 기준으로 한 유대 해가 태양의 계절과 어긋나지 않도록” 19년에 7번 열세 번째 달을 넣습니다. 더해지는 달은 ‘아다르 1월’이라 부르며 아다르 앞에 끼워 넣습니다. 새해는 티슈레이 1일인데, 흥미롭게도 토라는 이날을 “일곱째 달의 첫날”이라 부릅니다. 니산이 의례상 첫 달이지만 해의 시작은 티슈레이라는, 달력 안의 두 개의 시작점입니다.

서로 다른 달력과 달의 위상 도표가 놓인 책상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서로 다른 달력과 달의 위상 도표가 놓인 책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3. 춘분에 시작하는 새해: 노루즈

이란과 중앙아시아, 코카서스와 그 너머에서 새해는 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유엔은 노루즈가 “보통 3월 20일이나 21일인 춘분에 기념되며” 새해의 시작을 표시한다고 설명하고, 그 뿌리가 “조로아스터교 시대까지 3,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다고 적습니다. 유엔 총회는 2010년 결의 A/RES/64/253으로 3월 21일을 ‘국제 노루즈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서 노루즈는 2009년 처음 등재되고 2016년 확대되었으며, 아프가니스탄·아제르바이잔·인도·이란·이라크·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몽골·파키스탄·타지키스탄·튀르키예·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이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네스코의 설명은 노루즈를 “자연과 태양과 우주에 대한 숭배에 바탕을 둔 전통 민속 봄 축제”로 정의하고, 약 2주에 걸친 축제 기간에 행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두 개의 촛불을 밝히고 전통 수프를 준비하며, 분쟁을 화해하고 경기와 민속 음악을 즐기고 새 옷을 입는 관행을 기록합니다. 노루즈의 기준은 달도 별자리도 아닌 태양의 위치, 곧 천문학적 춘분입니다.

봄맞이 새해 식탁에 놓인 새싹과 촛불, 과일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봄맞이 새해 식탁에 놓인 새싹과 촛불, 과일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4. 태양이 양자리에 드는 날: 송끄란

태국의 새해 송끄란은 202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랐습니다. 유네스코의 등재 설명은 송끄란이 “태양이 황도 12궁의 첫 별자리인 양자리에 드는 것”을 가리키며 이것이 전통적 새해의 시작을 표시한다고 정의하고, 벼 수확이 끝난 4월 중순에 열린다고 적습니다. 물을 뿌리는 행위는 “정화와 존경과 행운을 상징하는 중요한 행위”이며, 사람들은 불상을 씻고 가족과 친구에게 물을 뿌리고, 어른과 조상을 공경하며 민속 공연과 놀이, 음악과 잔치를 나눕니다. 참가자들은 이 축제를 “불운을 상징적으로 씻어 내고 다가오는 해의 번영을 기원하며 가족과 재회하고 조상을 기리는” 기회로 여깁니다.

송끄란의 기준은 별자리 위의 태양 위치입니다. 이 기준은 태음태양력의 새해와도, 춘분의 새해와도 다른 세 번째 시간 감각을 보여줍니다. 유네스코는 이 전통이 부모가 아이에게 구두로 전하는 가족 참여를 통해 이어지며, 교육 기관과 정부, 언론, 점성가가 보존을 돕는다고 덧붙입니다.

5. 매년 11일씩 앞당겨지는 새해: 이슬람의 무하람 1일

순태음력의 새해는 태양력 위에서 고정된 자리가 없습니다. 알자지라의 설명에 따르면 이슬람력(히즈라력)은 “태양력인 그레고리력보다 약 11일 짧아” 이슬람의 날짜들이 매년 조금씩 앞당겨집니다. 이 달력은 622년 예언자 무함마드와 동료들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사건(히즈라)을 원년으로 삼으며, 칼리프 우마르 이븐 알카타브가 639년 이 기점을 확정했습니다. “한 해는 무하람으로 시작해 둘 알히자로 끝나는 12개월이며, 각 달은 초승달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새해가 언제 시작하는지는 천문 계산과 공식 관측 의식 등 나라마다 다른 방법으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이슬람 새해는 어느 해에는 한여름에, 어느 해에는 봄에 옵니다. 계절에 새해를 묶지 않는 대신, 달력을 오로지 달에만 맡긴 결과입니다. 알자지라는 무하람 1일이 큰 축제로 기념되는 날은 아니지만 많은 이슬람권 국가가 공휴일로 삼으며, 무하람의 첫 열흘, 특히 열째 날 아슈라가 시아파 무슬림에게 각별한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6. 13개월의 달력과 9월의 새해: 에티오피아의 엔쿠타타시

에티오피아는 태양력을 쓰지만 그레고리력과 다른 태양력을 씁니다. 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지역사무소의 2019년 소식은 에티오피아 달력이 “13개월로 이루어져 있으며, 12개월은 각각 30일이고 13번째 달 파구메는 보통 5일이지만 윤년마다 6일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새해 엔쿠타타시는 그레고리력 9월 11일, 윤년에는 9월 12일에 옵니다. 2019년 9월 12일 에티오피아는 2012년을 맞았는데, 이는 예수 탄생 연도의 계산이 그레고리력과 달라 생기는 7~8년의 차이입니다. 이름의 뜻은 ‘보석의 선물’로, 같은 자료는 “예루살렘의 솔로몬 왕이 약 3,000년 전 시바 여왕의 방문 때 보석을 선물했고, 여왕이 그 선물을 받아 에티오피아로 돌아온 시점이 9월의 새해 기념과 겹쳐 엔쿠타타시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전설을 전합니다.

에티오피아의 사례는 ‘태양력’이라는 한 단어 안에도 여러 달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 해의 길이는 같아도 달의 수와 연도의 기점이 다르면 새해는 다른 날, 다른 해에 옵니다.

새벽 강가에서 물을 뿌리며 새해를 맞는 풍경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새벽 강가에서 물을 뿌리며 새해를 맞는 풍경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7. 달력을 바꾼 날: 일본의 1873년

새해를 옮기는 일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는 일본이 보여줍니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의 달력 역사 자료에 따르면 메이지 정부는 1872년(메이지 5년) 그레고리력 채택을 결정했고, “메이지 5년 12월 3일이 메이지 6년 1월 1일이 되었다.”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큰 혼란이 일었지만, 후쿠자와 유키치 같은 근대화론자들은 그레고리력이 이전의 태음태양력보다 합리적이라고 옹호했습니다. 같은 자료는 오늘의 일본 달력에도 옛 태음태양력의 절기 용어가 남아 있다고 덧붙입니다. 한 나라가 새해를 통째로 옮기면서 한 달 가까운 날짜가 사라진 이 사건은, 새해가 자연의 사실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이라는 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8. 여러 새해를 대할 때 기억할 세 가지

첫째, ‘새해’ 앞에 기준을 붙여 말합니다. 태음태양력의 새해인지, 춘분의 새해인지, 별자리의 새해인지, 순태음력의 새해인지에 따라 날짜가 정해지는 원리가 다르고, 그 원리를 알면 왜 매년 날짜가 바뀌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둘째, 명절의 역사에는 정치가 들어 있습니다. 한국의 설이 1896년 밀려나 1989년 돌아왔고, 일본이 1873년 새해를 옮겼으며, 춘절과 송끄란과 노루즈가 국제기구의 목록에 오른 것은 모두 특정한 해의 결정입니다. 전통은 오래되었지만, 그 전통을 오늘의 국가 달력에 놓는 방식은 상당 부분 근현대 국가의 정치적 결정으로 정해졌습니다.

셋째, 인사말의 날짜를 확인합니다. 무슬림 동료의 새해는 올해 몇 월인지, 유대인 친구의 로쉬 하샤나는 언제인지, 에티오피아 친구에게 9월 11일이 어떤 날인지 아는 것은 단순한 예의 이상입니다. 상대가 시간을 세는 방식을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