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답, 널리 퍼진 통로는 드라마였다

검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얼굴을 하얗게 칠한 저승사자는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통해 퍼진 모습으로 설명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저승사자에 대한 이미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백색으로 화장을 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적었다. 드라마를 연출한 최상식 PD는 그 이전에는 캐릭터화된 이미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모습의 출발점은 방송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검은 갓이 방송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상여 장식에는 하얀 얼굴에 검은 갓과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가 있다. 반면 굿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는 군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즉 검은 갓은 여러 모습 가운데 하나였고, 드라마가 그 하나를 널리 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상식 PD가 말한 '전설의 고향' 제작 배경

세계일보는 '전설의 고향'을 연출한 최상식 PD가 저승사자 이미지를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최상식 PD는 2021년 3월 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같은 기사에서 최상식 PD는 "'전설의 고향' 이전에는 캐릭터화된 이미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형 죽음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고심했고, 죽음의 이미지는 새카만 색이라고 말했다. 이 인용은 세계일보 기사가 전한 최상식 PD의 발언 대목이다.

같은 기사에는 일화도 함께 실렸다. 최상식 PD는 대구에서 돌아가셨다가 깨어난 할머니가 저승사자가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일화는 기사에 실린 전언이고, 그 자체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드라마의 모습이 사람들의 기억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 진열장의 작은 목조 인물 조각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박물관 진열장의 작은 목조 인물 조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굿의 저승사자는 군졸 복장이고 숫자는 셋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굿에서 등장하는 저승사자가 군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SBS 뉴스는 안동대 민속학과 이용범 교수가 촬영한 황해도 진오기굿 현장 사진을 소개했다. 그 사진에서 무녀는 전립을 쓴 군졸 복장으로 사자상을 받는다. 황해도굿을 하는 만신 김황룡은 이승에서 망자를 잡아가려고 올 때는 3사자이나 저승에는 7사자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굿의 저승사자는 '사재삼성'이라고 불려 세 명으로 인식되며, 천황사자와 지황사자, 인황사자라고도 한다.

숫자 셋은 상차림에서도 보인다. 황해도 진오귀굿에서는 밥 세 접시, 짚신 세 켤레, 수저 세 쌍을 놓는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은 사잣밥을 보통 대문 앞이나 마당에 메 3그릇, 나물 3그릇, 동전 3개, 짚신 등으로 차린다고 적었다. 충남 논산 지역에서는 입관이 끝나면 사잣밥을 엎어 놓아 입관이 끝났음을 알렸다. 우리역사넷은 사잣밥이 영혼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를 잘 대접해 편하게 모셔가 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차림은 나라마다 다른 장례와 애도 절차와 나란히 놓고 볼 수 있다.

무섭게 그려진 대목도 있다. 우리역사넷은 민간에서 쇠몽둥이와 쇠사슬을 든 이들이 쇠몽둥이로 등을 치고 쇠사슬로 얽어매어 사람의 넋을 떼어 간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SBS 뉴스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 저승 3사자를 시직차사, 일직차사, 월직차사로 설명하고 때로는 시직차사 대신 황천차사가 포함된다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이런 서술은 갓을 쓴 점잖은 모습과는 다른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상여 장식의 검은 갓과 흑립의 역사

저승사자는 상여에도 꽂혔다. SBS 뉴스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상여 저승사자 장식을 소개했다. 그 장식은 '하얀 얼굴에 검은 갓과 검은 옷을 입고 괴수나 호랑이를 올라탄 형상'으로 나온다. 우리역사넷에 따르면 흥선대원군의 부친 남연군을 운구할 때 쓴 남은들 상여에는 맨 위 용머리판 마룻대 중간에 인물상이 하나 꽂혀 있다. 이 상여는 중요 민속 자료 제31호로 지정됐다. 청풍부원군 상여의 동자상은 사자를 타고 테두리가 큰 벙거지를 쓰고 있다.

그러면 갓 자체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국가유산청은 갓이 순수한 우리말이고,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유사』에 소립(素笠)으로 적혀 있다고 설명한다. 고구려 감신총 벽화에는 모자와 양태의 구별이 뚜렷한 패랭이형 갓을 쓴 인물이 보인다. 갓의 총칭인 흑립(黑笠)은 조선시대 중기에 형태가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가유산청은 흑립이 조선시대 성인남자의 관모를 대표하는 이름이라고 적었다. 흑립은 평상시와 외출 때는 물론 집에 기거할 때도 착용했다. 흰색 포로 싼 백립(白笠)은 상복에 착용하는 관모로, 국휼 때 상중임을 나타냈다. 그다음 1884년 고종의 의제개혁에 따라 기존의 큰 갓이 낮고 좁아지는 변화가 있었다. 검은 갓이 조선시대 남자의 일상 관모였다는 설명은 저승사자 복장을 읽는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마당 상 위의 밥그릇과 짚신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마당 상 위의 밥그릇과 짚신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시왕도로 본 저승의 관리들, 조선과 돈황과 닝보

저승 심판 장면은 불화로도 남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시왕도는 제1 진광대왕과 제3 송제대왕을 함께 그린 조선시대 불화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시왕 10명을 2왕·2왕·3왕·3왕씩 4폭에 나누어 그린 유형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 크게 유행했다. 박물관은 이 새로운 형식이 명부전의 규모에 맞추어 시왕도를 제작하면서 변화한 것으로 본다. 진광대왕의 지옥 장면에는 옥졸이 죽은 사람을 관에서 꺼내고 죄인들을 밧줄로 묶어 끌고 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송제대왕의 지옥 장면에는 죄인의 혀를 빼내어 그 위로 소를 몰아 밭을 가는 경설지옥(耕舌地獄)이 그려져 있다.

같은 주제를 다른 자료와 항목별로 놓으면 차이가 보인다. 먼저 자료와 소장처를 보면, 국립중앙박물관 시왕도는 조선시대 불화이고 하버드미술관 시왕도는 중국 닝보(Ningbo)의 공방에서 사찰용과 수출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다음 연대를 보면, 돈황(敦煌) 석굴에 보관된 『시왕경』은 9세기 문헌이고 돈황의 '지장과 지옥 시왕' 마본 그림은 10세기 초 조씨 귀의군 시기에 제작됐다. 구성을 보면, 돈황 그림은 상단에 서방정토를 두고 그 아래에 두건을 쓴 지장보살(地藏菩薩)과 시왕을 배치했고, 하단에는 장방형 책상 뒤에 앉은 지장보살과 승려, 시왕, 육도윤회를 그렸다. 인원을 보면, 사찰 명부전에는 저승사자가 직부사자와 감재사자 2명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충남 서산 개심사의 '사직사자도'에는 연·월·일·시직차사 4명으로 그려져 있다. SBS 뉴스는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시왕사상 등이 들어오며 저승의 모습이 복잡하고 정교하게 형성됐다는 것이 민속학자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하버드미술관의 설명도 참고할 만하다. 미술관은 『시왕경』이 사후를 열 명의 지옥 왕이 관할하는 법정을 거치는 3년의 여정으로 제시한다고 적었다. 죽은 자는 7일마다 다른 왕의 법정을 지나 49일에 일곱째 왕을 만난다. 그다음 100일에 여덟째 왕, 13개월에 아홉째 왕, 3년에 열째 왕 앞에 선다. 하버드미술관의 다섯 폭은 본래 열 폭 한 세트의 일부였고 나머지 다섯 폭의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배접지에서 한국 종이가 다수 확인되어 중국에서 만든 그림이 한국에서 다시 배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설명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설명, 하버드미술관 웹사이트, 워싱턴대학 다테우치 동아시아도서관의 돈황 전시 페이지에서 직접 읽을 수 있다.

자료별로 저승사자의 모습과 인원, 소장처와 연대를 나란히 놓은 표
사례모습인원문헌·소장처·연대
'전설의 고향' 저승사자검은 두루마기, 갓, 백색 화장확인 안 됨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설명, 최상식 PD는 2021년 3월 3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황해도 진오기굿무녀가 전립을 쓴 군졸 복장으로 사자상을 받음이승 3사자, 저승 7사자(만신 김황룡)이용범 안동대 교수 촬영 사진, SBS 뉴스
서울굿 사재삼성확인 안 됨세 명, 천황·지황·인황사자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상여 저승사자 장식하얀 얼굴에 검은 갓과 검은 옷, 괴수나 호랑이를 올라탄 형상확인 안 됨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찰 명부전과 개심사 '사직사자도'확인 안 됨직부·감재사자 2명, 연·월·일·시직차사 4명충남 서산 개심사, SBS 뉴스
시왕도옥졸이 죄인을 밧줄로 묶어 끌고 가는 장면시왕 10명을 4폭에 나눔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8세기 후반~19세기 후반 유행

정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저승사자가 한국인의 죽음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대상이라고 적었다. 또한 저승사자는 전설과 설화, 상여소리, 장례, 천도굿 등 여러 분야에 나타난다. 검은 갓과 검은 두루마기, 백색 화장의 조합이 널리 퍼진 통로는 '전설의 고향'으로 설명된다. 다만 다른 자료에는 굿의 군졸 복장, 상여 장식의 검은 갓, 시왕도의 옥졸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 함께 남아 있다. 어느 모습이 가장 오래된 원형인지는 이 자료들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세계일보 보도에서 최상식 PD는 그때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웹툰 '신과 함께'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관객 1,200만 명을 돌파했다. 두 사실을 함께 놓으면 저승 이야기가 계속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방 작업대에 놓인 검은 갓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공방 작업대에 놓인 검은 갓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