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른이 되는 나이”는 왜 하나가 아닌가
몇 살부터 어른인가라는 질문에는 사실 여러 개의 답이 있습니다. 부모의 동의 없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나이(민법상 성년), 투표할 수 있는 나이(선거권 연령),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 형사 책임을 온전히 지는 나이는 각각 다른 법에 적혀 있고, 나라마다 다른 시기에 다른 이유로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성인은 18세”라는 말과 “일본에서 술은 20세부터”라는 말은 둘 다 맞습니다.
이 글은 국제법의 기준선인 18세에서 출발해, 그 선을 최근에 옮긴 나라(일본, 한국), 투표권만 따로 내린 나라(오스트리아, 스코틀랜드, 영국), 그리고 투표권과 음주 연령이 3년 벌어진 나라(미국)를 공식 자료로 읽습니다. 다섯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성인 나이”가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각 사회가 내린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2. 국제 기준선 18세: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1조
유엔 조약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11월 20일 뉴욕에서 채택되어 “제49조 1항에 따라 1990년 9월 2일 발효”했고, 2026년 9월 6일 기준 서명국 140개국, 당사국 196개국입니다. 협약 제1조는 아동을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으로 정의하되, “아동에게 적용되는 법에 따라 더 일찍 성년에 이르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덧붙입니다.
이 한 문장이 세계의 성인 나이를 읽는 열쇠입니다. 국제 기준은 18세를 상한으로 제시하지만, 각국이 그보다 이른 성년을 정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반대로 18세보다 늦은 성년을 두는 것을 막지도 않습니다. 협약이 정한 것은 “18세 미만은 아동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최소선이지, 어른이 되는 단 하나의 나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20세(과거의 일본), 19세(한국), 18세(대부분의 나라)가 모두 이 협약 아래에서 공존합니다.
3. 일본: 140년 만에 20세에서 18세로, 그러나 술은 여전히 20세
일본 법무성의 영문 안내는 “민법의 성년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 나이는 “1896년 민법 제정 이래 20세로 정해져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개정 민법은 2022년 4월 1일 시행되었습니다. 일본 정부 홍보 온라인은 “메이지 시대부터 약 140년간 일본의 성년 연령은 20세”였으며, 시행일에 18세와 19세였던 사람은 “2022년 4월 1일에 성인이 되었다”고 정리합니다. 성년이 되면 “부모의 동의 없이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친권의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같은 개정으로 여성의 혼인 최저 연령이 16세에서 18세로 올라 남녀 모두 18세로 통일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이가 함께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법무성의 성년 연령 안내 사이트는 “선거권 연령이나 성년 연령이 18세가 되어도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와 같이 20세부터”라고 강조하고, 담배도 “술과 같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20세부터”이며, 경마·경정 등 공영 경기의 투표권 구매도 20세 제한이 유지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유는 계약 판단 능력과는 별개인 “젊은 층의 건강에 대한 영향”과 의존증 방지입니다. 일본은 성년 연령이 18세인 나라이면서 동시에 음주 연령이 20세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4. 한국: 2013년 7월 1일, 20세에서 19세로
한국은 일본과 같은 20세에서 출발해 다른 숫자에 도착했습니다. 주나고야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안내는 “2013년 7월 1일부터 개정 민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개정 민법 제4조에 의하면 성년이 되는 나이가 종래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되었습니다”라고 기록하고, 그 결과 “19세가 되면 미성년이 아닌 성년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19세가 되면 부모의 친권 역시 없어지게 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18세를 택한 나라가 많은 가운데 19세는 눈에 띄는 선택입니다. 18세로 내리지 않고 한 살만 내린 결과, 한국은 국제 기준선인 18세와 옛 동아시아 기준인 20세 사이에 서 있습니다. 성년 연령이 바뀌면 함께 달라지는 것은 계약, 친권, 그리고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한 절차들입니다. 협의이혼에서 19세 이상의 자녀는 더 이상 미성년 자녀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총영사관의 설명은 그 연쇄 효과의 한 예입니다.
5. 오스트리아: 2007년, 16세에게 모든 선거의 투표권을 준 나라
투표권 연령은 성년 연령과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의회의 선거 안내는 2007년 선거법 개정(연방법률공보 I 제28/2007호)으로 “16세에 이른 모든 오스트리아 시민”이 국민의회 선거, 연방대통령 선거, 유럽의회 선거, 주의회 선거, 지방의회 선거(해당 시 시장 선거), 그리고 국민투표·국민발안·국민질의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개혁으로 “피선거권 연령은 19세에서 18세로 낮아졌”고, “연방대통령 선거만 35세로 남았습니다.” 관련 헌법 개정은 연방법률공보 I 제27/2007호로 이뤄졌고, 각 주는 주법과 지방 규정을 그에 맞춰 조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투표하는 나이”와 “계약하는 나이”가 분리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6세는 오스트리아에서 성년이 아니지만 대통령을 뽑습니다. 이 분리는 뒤에 영국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6. 영국: 스코틀랜드의 2015년에서 영국 전체의 2025~26년으로
영국은 한 나라 안에서 지역별로 투표 연령이 갈렸던 사례입니다. 영국 법령 데이터베이스에 실린 스코틀랜드 선거(투표 연령 인하)법 2015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와 지방정부 선거에서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추기 위한 스코틀랜드 의회의 법”으로, “2015년 6월 18일 의회를 통과해 2015년 7월 24일 국왕 재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영국 하원(웨스트민스터) 총선의 투표 연령은 18세로 남아 있었습니다.
2025년 7월 17일 영국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16세는 영국의 모든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게 된다”고 발표하며, 이것이 “영국 전체 선거를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와 일치시키는 것”이자 “한 세대 만의 가장 큰 민주주의 변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담은 국민대표법안은 2026년 하원 심의를 거쳤으며, 시행 시기와 세부 규정은 입법 절차가 끝나야 확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스코틀랜드가 먼저 16세를 택하고 10년 뒤 전국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투표 연령을 바꾸고 있습니다.
7. 미국: 18세에 투표하고 21세에 술을 사는 나라
미국은 한 나라 안에서 나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사례입니다. 미국 헌법 수정 제26조 제1항은 “18세 이상인 미합중국 시민의 투표권은 연령을 이유로 연방이나 어느 주에 의해서도 거부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국립헌법센터에 따르면 의회는 1971년 3월 23일 이 수정안을 승인했고 각 주의 비준은 1971년 7월 1일 완료되어, 석 달 남짓 만에 절차가 끝났습니다. 닉슨 대통령 도서관은 닉슨 대통령이 1971년 7월 5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비준 인증서에 서명했다고 기록하며, “싸울 만큼 자랐으면 투표할 만큼 자랐다”는 구호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징병 연령이 18세로 내려가면서 처음 나왔고 베트남전 시기에 다시 힘을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술은 다릅니다. 미국 연방법전 제23편 제158조(국가 최저 음주 연령)는 “21세 미만인 사람의 주류 구매나 공공장소 소지가 합법인” 주에 대해 연방 고속도로 예산 배분액을 유보하도록 정합니다. 유보 비율은 2012 회계연도 전까지 “10퍼센트”, 2012 회계연도부터는 “8퍼센트”입니다. 이 조항은 1984년 7월 17일 공법 98-363호로 추가되었습니다. 연방이 주의 음주 연령을 직접 정하는 대신 예산으로 유도한 결과, 미국은 18세에 투표하고 군에 가되 21세가 되어야 술을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본 법무성 안내가 “미국에서도 성년 연령과 음주 연령이 다르다”고 언급하는 이유입니다.
8. 다섯 나라가 함께 보여주는 것
첫째, 성인 나이는 내려가는 추세이지만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일본은 20세에서 18세로, 한국은 20세에서 19세로, 오스트리아와 스코틀랜드와 영국은 투표권을 18세에서 16세로 내렸습니다. 반면 미국의 음주 연령과 일본의 음주·흡연 연령은 성년 연령 인하와 무관하게 각각 21세와 20세에 그대로 있습니다. 내려가는 것은 계약과 투표의 나이이고, 건강과 의존증을 이유로 한 나이는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둘째, 나이는 법마다 따로 정해집니다. 유엔 협약의 18세는 상한이자 최소 보호선이고, 그 아래에서 각국은 민법·선거법·주세법에 서로 다른 숫자를 적어 두었습니다. 여행자나 유학생이 새 나라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성인 나이”라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마다 다른 나이표입니다.
셋째, 이 숫자들은 모두 날짜를 가지고 있습니다. 1896년, 1971년 7월 1일, 1984년 7월 17일, 2007년, 2013년 7월 1일, 2015년 7월 24일, 2022년 4월 1일, 2025년 7월 17일. 어른이 되는 나이는 자연이 정한 것이 아니라 어떤 해에 어떤 의회가 표결한 결과이며, 다음 표결에서 다시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