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결혼했어요”가 법적으로 참이 되는 순간
결혼식 사진에는 대개 예식장이나 예배당, 하객, 반지가 찍힙니다. 그런데 그 사진 속 어느 순간에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을까요? 나라마다 답이 다릅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시청 담당관 앞에서 “예”라고 말한 순간이고, 어떤 나라에서는 관청 창구에 서류가 접수된 순간이며, 어떤 나라에서는 성직자가 혼인을 선언한 순간입니다. 같은 사진이라도 프랑스에서는 “이미 시청에서 결혼한 부부의 축복식”이고, 한국에서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미혼인 두 사람의 예식”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결혼의 법적 성립 방식을 세 유형으로 나누어 읽습니다. 민사혼만 인정하는 나라(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신고만으로 성립하는 나라(한국, 일본), 종교 예식과 민사 예식을 나란히 인정하는 나라(영국)입니다. 마지막으로 “누가 결혼할 수 있는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네덜란드와 미국의 사례로 덧붙입니다. 모든 서술은 각국 정부 안내와 법령 원문에 근거합니다.
2. 프랑스: 시청이 먼저, 교회는 그 다음, 순서를 어기면 처벌
프랑스 정부의 공공 서비스 안내는 결혼 절차를 단순하게 요약합니다. 결혼은 “시청(mairie)에서, 공중에게 개방된 방에서 거행되어야” 하며, 혼인 공고(bans)는 “호적 담당관이 시청 문에 게시”합니다. 공고 뒤 10일의 대기 기간이 지나야 예식을 할 수 있고, 그로부터 1년 안에 결혼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줄이 덧붙습니다. “민사혼 전에 종교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금지에는 형법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프랑스 상원에 제출된 2007년 서면 질의와 정부 답변은 형법 제433-21조를 인용하며, 이 조항이 “호적 담당관이 앞서 작성한 혼인 증서를 확인받지 않고 상습적으로 종교 결혼식을 거행하는 성직자”를 처벌하고, “모든 종교에 아무 구별 없이, 종교 예식이 어떤 형태를 띠든”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인용된 형량은 6개월 징역과 7,500유로 벌금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교회·성당·모스크의 결혼식은 법적으로 결혼을 만들지 않으며, 순서를 바꾸면 집전자가 책임을 집니다. 국가만이 결혼을 성립시킨다는 원칙이 형벌로 뒷받침되는 것입니다.
3. 네덜란드와 독일: 호적 담당관 앞의 선언만이 결혼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결혼 안내는 프랑스와 같은 원칙을 부드러운 말로 적습니다. “등기관이 결혼 또는 등록 파트너십 예식을 마친 뒤에는 원한다면 교회나 모스크에서 종교 예식을 열 수 있습니다. 종교 예식은 민사 예식 전에 열릴 수 없습니다.” 결혼 요건도 명확합니다. 두 사람 모두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이나 등록 파트너십 상태가 아니어야 하며, “최소 2명, 최대 4명의 증인을 지정해야 하고 증인은 18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독일은 이 원칙을 민법 조문 한 줄로 못 박습니다. 독일 민법(BGB) 제1310조 제1항은 “혼인은 혼인 당사자들이 호적 담당관(Standesbeamter) 앞에서 서로 혼인하겠다는 의사를 선언함으로써만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담당관은 “혼인 요건이 갖춰져 있으면 협력을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함으로써만(nur dadurch)”이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독일에서 결혼은 호적 담당관 앞의 선언이라는 단 하나의 형식으로만 존재하며, 교회 결혼식은 법적 의미가 없는 별도의 행사입니다.
4. 한국: 예식이 아니라 신고서가 결혼을 만든다
한국은 결혼이 성립하는 장소가 시청도 교회도 아닌 “서류”인 나라입니다.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결혼의 성립 요건을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당사자 사이에 결혼 의사가 합치할 것(합의가 없으면 무효, 민법 제815조), 결혼 적령에 이를 것(“18세가 된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성년자는 부모나 미성년후견인의 동의가 필요, 민법 제807조·제808조), 그리고 “결혼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혼인신고를 해야 그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812조 제1항)”는 것입니다.
같은 안내의 혼인신고 절차 설명은 이 구조를 더 분명히 보여줍니다. 혼인신고는 “혼인 사실을 시(구)·읍·면의 장에게 신고하는 것”이고, “혼인은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므로 신고 기간이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신고서에는 “성년자인 증인 2인이 연서”해야 합니다. 결혼식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하든 법이 관여하지 않으며, 식을 올리지 않아도 신고만 하면 부부가 됩니다. 반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사실혼입니다. 한국의 “결혼한 날”이 결혼식 날짜와 혼인신고 날짜 두 개로 나뉘는 이유입니다.
5. 일본: 호적에 적히는 순간, 그리고 “교회 결혼식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일본도 신고주의 국가입니다. 일본 법무성의 호적 안내는 호적부가 “신고(출생신고, 혼인신고, 이혼신고, 사망신고 등)에 근거하여” 일본인의 국적과 출생·혼인·이혼·사망 등 중요 사항을 기재하고 공증하는 공문서라고 설명합니다. 결혼은 시·구·정·촌 창구에 혼인신고서(婚姻届)를 내는 것으로 성립하고, 호적에 기재됩니다.
법무성의 국제결혼 Q&A는 이 원칙을 뒤집어 보여줍니다. 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경우 그 나라 법률상 유효하게 혼인이 성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이나 하와이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경우처럼 그것만으로는 법률상 유효하게 혼인이 성립했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국 방식으로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은 “혼인 성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 증서 사본을 재외공관이나 본적지 관청에 제출해 호적에 기재해야 하고, 성립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일본 방식의 혼인”, 곧 혼인신고를 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교회 결혼식은 법이 아는 사건이 아니며, 법이 아는 것은 호적에 적힌 날짜뿐입니다.
6. 영국: 교회에서도, 등기소에서도, 어느 쪽이든 법적 결혼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위의 두 유형과 다른 세 번째 길을 갑니다. 영국 정부의 결혼 안내는 “결혼하는 경우 종교 예식과 민사 예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종교 결혼식은 “등록된 종교 건물 어디에서나” 열 수 있고, 민사 예식은 “등기소 또는 지방의회가 승인한 장소(예: 저택이나 호텔)”에서 열립니다. 어느 쪽이든 “최소 2명의 증인”이 있어야 하고, 민사 예식에는 “등기관이 예식을 진행하거나 참석해야” 합니다. 종교 예식의 경우 건물에 혼인 등록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등기관을 예약해야 합니다.
절차의 공통 출발점은 “혼인 예고(giving notice)”입니다. “예식 최소 29일 전에 지역 등기소에서 결혼 의사를 밝히는 법적 진술서에 서명해야” 하고, “예고 후 12개월 안에 예식을 열어야” 합니다. 그 지역에 최소 7일 거주해야 하며, 영국 국교회 결혼은 절차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식이 끝나면 부부와 증인, 등기관이 “혼인 일람표(schedule)”에 서명하고, 그 서류가 등기소로 보내져 등록됩니다. 프랑스와 반대로, 영국에서는 “민사 예식 뒤에 종교적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교 예식 자체가 법적 결혼이 될 수 있습니다. 2013년 7월 17일 재가된 동성 커플 혼인법은 잉글랜드·웨일스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을 허용했고, 정부 안내는 동성 커플도 “동성 결혼을 위해 등록된 종교 건물이라면” 그곳에서 결혼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7. 누가 결혼할 수 있는가: 2001년 암스테르담과 2015년 워싱턴
결혼이 “어디서” 성립하는가와 별개로, “누가” 결혼할 수 있는가도 지난 25년 사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퓨리서치센터의 2026년 3월 정리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국가가 인정한 동성 결혼”은 “2001년 4월 네덜란드에서” 이뤄졌으며, 2001년 4월 1일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네 커플이 결혼했습니다. 이어 “벨기에가 2003년, 캐나다와 스페인이 2005년”에 뒤따랐고, 가장 최근에는 “2024년 에스토니아·그리스·네팔, 2025년 리히텐슈타인·타이”가 합류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 안내는 지금도 간명하게 적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두 남성 또는 두 여성이 결혼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법이 아니라 판결로 바뀌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2015년 6월 26일 오버거펠 대 호지스 사건에서,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한 미시간·켄터키·오하이오·테네시 주법에 대해 “수정헌법 제14조는 주가 동성인 두 사람의 결혼을 허가하고, 다른 주에서 합법적으로 허가·거행된 동성 결혼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판결문은 결혼할 권리를 헌법상 “근본적 권리”로 부르고, 이를 동성 커플에게 거부하는 것이 적법절차 조항과 평등보호 조항 모두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혼이 성립하는 장소는 각 주의 허가 제도 안에 남았지만, 그 문을 누구에게 열어야 하는지는 연방 헌법이 정하게 되었습니다.
8. 세 유형이 함께 보여주는 것
첫째, 결혼은 국가가 정의하는 법적 사건이며, 예식은 그 사건과 겹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네덜란드·독일에서는 국가의 담당관 앞이 유일한 성립 장소이고, 한국·일본에서는 예식이 아예 법의 시야 밖에 있으며, 영국에서는 국가가 종교 건물과 성직자에게 등록 권한을 나눠 주는 방식으로 두 길을 모두 열어 두었습니다.
둘째, 순서가 법이 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종교 예식은 민사혼 “뒤에만” 가능하고, 프랑스에서는 이를 어긴 성직자가 형법상 처벌 대상입니다. 이 규칙은 결혼을 종교에서 국가로 옮겨 온 역사의 흔적이며, 국제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 가장 자주 부딪히는 차이입니다.
셋째, 서류의 날짜가 진짜 날짜입니다. 한국의 혼인신고 접수일, 일본의 호적 기재일, 영국의 일람표 서명일, 독일의 호적 담당관 앞 선언일이 각각 법적 결혼일입니다. 두 나라에 걸쳐 결혼하는 커플은 결혼식 날짜 하나가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서류에 어떤 날짜가 적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결혼은 사랑의 약속이지만, 법의 눈에는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사람 앞에서 만들어진 문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