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선반에 수십 자루의 대패와 끌이 가지런히 걸려 있고 바닥에 향긋한 대패밥이 소복이 쌓인 목공방에서, 국가무형유산 소목장(小木匠, 1975년 1월 30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지정)은 쇠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맞물려 백 년을 견디는 가구를 빚어냅니다. 1편에서 살펴본 유기장이 1,200℃의 불길과 수천 번의 망치질로 쇳덩이를 다스린다면, 소목장은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기후 속에서 나무가 여름 장마철에 습기를 머금어 늘어나고 겨울 온돌방에서 말라 줄어드는 성질을 읽어내는 장인입니다. 소목장이 공방에서 어떤 수공구를 잡고 어떻게 나무를 깎아 사방탁자·반닫이·소반을 짜 맞추는지 작업 현장을 따라가 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조선시대 사랑방 사방탁자와 서안 목가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사랑방 사방탁자(왼쪽)와 서안(오른쪽) — 쇠못 없이 가는 기둥과 층판을 장부맞춤으로 짜 맞춘 소목 공예의 정수 · Gary Todd from Xinzheng, China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왜 소목장은 쇠못 대신 ‘결구(짜맞춤)’와 ‘산지(대나무 못)’를 쓸까?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의 「소목장(小木匠)」 종목 해설에 따르면, 한국 전통 목조 기술은 궁궐과 사찰 같은 큰 건물을 짓는 대목장(大木匠)과 방 안에서 쓰는 가구(장·농·반닫이·사방탁자·소반·문갑·서안) 및 세살문·완자문 같은 건축 창호를 만드는 소목장(小木匠)으로 나뉩니다.

소목장이 쇠못을 쓰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나무는 벌채되어 가구가 된 뒤에도 습도에 따라 끊임없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쇠못을 박으면 나무 속 수분과 타닌 성분이 철을 부식시켜 녹이 슬고, 녹슨 쇠못 주변의 나무 구멍이 헐거워지거나 판재가 쪼개져 버립니다. 대신 소목장은 부재의 끝을 암수로 정교하게 깎아 끼우는 결구(結構·짜맞춤)를 쓰고, 보강 못이 꼭 필요한 자리에는 나무와 함께 숨 쉬며 습기를 머금으면 오히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르는 대나무 못(산지·죽정 竹釘)과 부레풀·아교를 사용합니다.

▶ 유튜브 작업 영상
국가유산채널 (K-Heritage)

[K-ASMR / Full Ver.]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사방탁자를 만들다

자연 건조한 목재에 그무개로 금을 긋고, 톱질·대패질·끌질로 장부와 장부구멍을 파낸 뒤 나무망치로 두드려 쇠못 없이 사방탁자 한 채를 완성하는 소목장의 전 공정을 담은 공식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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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장 공방의 5단계 작업 모습: 건조·마름질부터 결구 조립까지

1단계: 목재 건조와 수종 선택 — 5~10년 자연 건조로 나무의 성질을 잠재우다

소목장의 작업은 대패를 잡기 수년 전, 원목을 고르고 말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베어낸 원목을 비바람을 맞히며 진을 빼고 그늘에서 5년에서 10년 이상 자연 건조해야 비로소 뒤틀림이 멈춘 가구재가 됩니다. 소목장은 나무의 성질에 따라 가구의 부위를 엄격하게 나눕니다.

  • 기둥과 골재(뼈대): 단단하고 힘을 잘 받으며 나뭇결이 힘찬 느티나무·참나무·배나무·소나무(적송)를 씁니다.
  • 알판(넓은 면판)과 문판: 가볍고 습기에 따른 변형이 적으며 검은 무늬가수려한 오동나무·먹감나무·회화나무·은행나무를 배치합니다.
  • 서랍 속판과 뒤판: 벌레가 잘 슬지 않고 습기를 잘 조절하는 오동나무·소나무·삼나무를 사용합니다.
목재 표면에 그무개의 두 바늘로 장부구멍 위치 평행선을 정밀하게 긋는 마름질 작업 모습
목재에 장부(촉)와 장부구멍을 파기 전 그무개(표시 도구)의 두 바늘로 나뭇결을 따라 정밀하게 평행 기준선을 긋는 마름질 작업 · Jordanhill School D&T Dept · CC BY 2.0 · 위키미디어 공용

2단계: 마름질과 먹매김 — 먹통과 그무개로 0.1mm의 오차도 없는 기준선을 긋다

건조된 판재를 가구 치수에 맞게 재단하는 과정을 마름질이라 합니다. 소목장은 자(곡자·장척)와 먹통·먹칼로 절단선을 긋고, 장부(촉)와 장부구멍(홈)을 파야 할 자리에는 그무개를 씁니다. 그무개는 작은 나무 토막에 바늘(촉)이 한 개 또는 두 개 박힌 막대를 끼운 도구로, 목재 모서리에 바짝 밀착해 당기면 바늘 끝이 나무 표면에 칼날처럼 또렷한 평행 기준선을 새겨 줍니다.

나무 끝을 사다리꼴로 깎아 쇠못 없이도 앞뒤로 빠지지 않게 맞물린 주먹장맞춤 결구 구조
부재 끝을 사다리꼴(제비초리·주먹장)로 정교하게 깎아 쇠못이나 나사 없이도 당기는 힘에 빠지지 않도록 맞물린 결구 단면 · Wikimedia Commons contributor · CC BY-SA 3.0 · 위키미디어 공용

3단계: 톱질과 끌질(결구 가공) — 사다리꼴 주먹장과 제비초리를 깎아내다

그무개 선을 따라 가는 톱으로 길을 내고, 망치로 끌(평끌·둥근끌·구멍끌)을 톡톡 쳐서 장부구멍을 파냅니다. 소목장이 부위마다 구사하는 대표적인 짜맞춤 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장부맞춤(통장부·반장부·숨은장부): 기둥에 네모난 구멍(장부구멍)을 뚫고 가로 부재(쇠목·동자) 끝에 튀어나온 촉(장부)을 끼워 넣는 가장 기본적인 골조 결구입니다.
  • 주먹장맞춤과 제비초리맞춤(도브테일): 장부 끝을 주먹이나 제비 꼬리처럼 바깥쪽이 넓고 목 부분이 좁은 사다리꼴로 깎아 끼우는 기법입니다. 앞으로 당기는 힘을 많이 받는 서랍 앞판과 옆판의 결합에 쓰여, 접착제가 말라도 절대 앞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 사개맞춤(깍지맞춤): 반닫이나 궤의 네 모서리 판재 끝을 여러 개의 요철(凹凸)로 깎아 두 손의 손가락을 깍지 끼듯 직각으로 맞물리는 기법입니다.
  • 제혀쪽매와 우리고주판(알판 홈끼우기): 넓은 판재를 기둥과 쇠목 안쪽에 끼울 때 접착제를 바르지 않고 기둥 안쪽에 좁은 홈(골)만 파서 알판을 살짝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여름에 알판이 팽창하면 홈 안으로 밀려 들어가고 겨울에 수축하면 홈에서 조금 나올 뿐, 가구 전체가 터지거나 갈라지지 않습니다.
▶ 유튜브 쇼츠 (Shorts)
YouTube Shorts · 짜맞춤 목공

[Shorts] 일부러 입구를 좁게 깎는 이유 — 주먹장·도브테일 짜맞춤 원리

사다리꼴로 깎은 장부가 어떻게 좁은 입구를 통과해 빈틈없이 맞물리고 당기는 힘을 버텨내는지 보여주는 짜맞춤 쇼츠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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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대패집에 쇠날을 끼워 몸쪽으로 당기며 종잇장처럼 얇은 대패밥을 깎아낸 전통 손대패
나뭇결 방향을 읽으며 몸쪽으로 당겨 종잇장처럼 얇은 대패밥을 밀어내고 목재 표면의 숨구멍을 살리는 전통 손대패 · Terasaface · CC BY-SA 4.0 · 위키미디어 공용

4단계: 대패질 — 밀지 않고 몸쪽으로 당기며 나무의 결을 살리다

서양 대패가 앞으로 밀어서 깎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전통 대패는 양손으로 대패집(손잡이인 ‘손잡이 막대’가 가로로 끼워진 참나무 몸통)을 잡고 몸쪽으로 당기며 깎습니다. 거친 표면을 깎는 초벌대패(막대패), 면을 고르는 중벌대패, 종잇장보다 얇은 대패밥을 내며 비단 같은 광택을 만드는 마무리대패(잔대패)는 물론, 알판 홈을 파는 구개대패(홈대패), 모서리에 둥근 골과 문살 무늬를 내는 변탕대패·골밀이대패까지 소목장 한 사람이 보유한 대패만 40~80종에 이릅니다.

▶ 유튜브 작업 영상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무형유산 소목장 — 전용 문살골밀이대패로 살대 홈과 결을 깎는 작업

소목장이 부위별 전용 대패(문살골밀이대패)를 직접 맞추고 당겨서 가구와 창호 살대에 정교한 홈과 곡면을 내는 모습을 담은 기록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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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가조립·본조립과 장석(裝錫)·천연 기름 마감

모든 부재가 완성되면 먼저 풀을 바르지 않고 맞춰 보는 가조립으로 수평과 직각을 점검합니다. 이어서 민어부레풀이나 아교를 바르고 나무망치로 두드려 본조립을 마친 뒤, 오동나무 판재 표면을 뜨거운 인두로 지지고 볏짚 솔로 문질러 나뭇결을 입체적으로 살리는 낙동법(烙桐法)이나 생들기름·동백기름·밀랍·생옻칠을 발라 나무가 숨 쉴 수 있게 마감합니다. 마지막으로 두석장이나 대장장이가 만든 무쇠·백동·황동 장석(경첩·앞바탕·자물쇠·감잡이)을 달아 구조적 취약점을 보강합니다.

▶ 유튜브 작업 영상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무형유산 소목장 — 연경당 완자 불발기문을 쇠못 없이 짜 맞추는 결구 공정

수십 개의 작은 나무 살대를 반턱맞춤과 연귀맞춤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완자무늬 창호를 조립하는 소목장의 손기술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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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19세기 후반 느티나무와 참나무, 소나무로 짜고 무쇠 장석을 단 조선시대 전주 반닫이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19세기 후반 조선시대 전주 반닫이 — 느티나무·참나무·소나무 판재를 사개맞춤으로 짜고 무쇠 경첩과 앞바탕 장석으로 보강했다 · Hiart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소목장이 만드는 대표 목가구: 사방탁자·반닫이·소반·문갑

  • 사방탁자(四方卓子): 네 면이 모두 트여 있고 기둥이 연필처럼 가늘게 뻗어 올라간 조선 사랑방 가구의 백미입니다. 사방이 열려 있어 벽을 답답하게 가리지 않으면서도, 기둥과 층판의 정교한 연귀장부맞춤 덕분에 무거운 책과 도자기를 올려놓아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 반닫이(전주·강화·박천·남원 반닫이): 앞판의 윗부분 절반을 경첩으로 달아 앞으로 여닫게 만든 다용도 수납 궤입니다. 두꺼운 느티나무·소나무 판재를 사개맞춤으로 짜고, 평안북도 박천 반닫이의 화려한 투조 장석이나 전라도 전주 반닫이의 무쇠 장석처럼 지역마다 고유한 금속 장석을 부착했습니다.
  • 소반(나주반·통영반·해주반): 부엌에서 음식을 차려 방으로 직접 들고 나르는 1인용 식탁입니다. 가벼운 은행나무나 소나무 천판 아래에 호족반(호랑이 다리)·구족반(개 다리)·죽절반(대나무 마디 다리) 또는 투각 판다리를 장부로 끼워 운반 중에도 뒤틀리지 않게 설계했습니다.

전승 현황과 다음 편 안내

현재 국가무형유산 소목장은 서울·경기·충청·호남·영남 등 각 지역의 목가구와 전통 창호 제작 기법을 잇는 보유자 및 전승교육사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으며, 국립무형유산원과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등에서 실제 공방 도구와 결구 모형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3편에서는 소목장이 짠 백골(목기) 위에 전복 껍데기 자개를 갈아 줄음질과 끊음질로 수놓는 나전장(螺鈿匠)의 공방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