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 대중 매체에서 흔히 말하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는 내연기관 엔진 자체를 불법화하거나 기존 차량 운행을 막는 조치가 아니라, 각국 법령이 신규 등록 승용차와 소형 상용차의 주행 중 탄소 배출 허용치를 ‘0g/km’로 강제하는 배출가스 성과 표준 규제입니다.
• 유럽연합(EU)은 규정 2023/851을 통해 2035년 신차 탄소 배출 100% 감축과 2030년 중간 감축 목표(승용차 55%, 밴 50%)를 법제화했으며, 독일의 요구로 탄소중립 합성연료(e-연료) 전용 차량 등록 통로를 열어두었습니다.
• 영국은 법령(2023 No. 1355)에 따른 무공해차 의무제(ZEV Mandate)를 발효하여 2024년 22%에서 2030년 80%, 2035년 100%로 제조사별 판매 비율을 법적으로 강제하며 미달 차량 1대당 최대 15,000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 노르웨이는 법적 강제 금지령 없이 25% 부가가치세 및 등록세 면제라는 조세 설계로 신차 시장의 80~90% 이상을 전기차로 채웠으며, 미국 캘리포니아(CARB ACC II)는 2035년 100% ZEV 의무화 중 최대 20%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허용하는 유연성을 설계했습니다.

1. 도입: “2035년 내연기관차 전면 퇴출” 구호 뒤에 숨은 법률과 유예의 구조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시장의 헤드라인은 지난 수년간 “2035년이면 휘발유·디젤차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단정적인 문장들로 채워져 왔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역사적 전환이라는 찬사와 함께, 한편에서는 당장 10년 뒤에 기존 자동차를 몰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운전자들의 불안과 전기차 화재 및 충전 불편에 따른 회의론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입법부의 법 조문과 정부 행정 명령의 원문을 직접 들여다보면, 현실의 제도는 단 하나의 일괄적인 ‘판매 금지령’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법률상 핵심은 내연기관이라는 기계적 구조를 범죄화하거나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시장에 새로 내놓는 ‘신차(New registrations)’의 주행 중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을 측정해 일정 연도까지 이를 단계적으로 0으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즉, 2035년 이후에도 이미 구매한 내연기관차는 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고 중고차 거래도 허용됩니다. 또한 각국은 저마다의 산업 기반, 전력망 사정, 정치적 합의에 따라 e-연료(합성연료) 예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인정 비율, 중간 연도 제조사 판매 쿼터 등 정교한 법적 완충 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유럽연합, 독일, 영국, 노르웨이, 미국의 법령과 공인 정부 통계를 바탕으로 내연기관차 전환의 실제 시계와 현실적 제약을 읽어냅니다.

2. 유럽연합 규정 2023/851: 2035년 배출가스 100% 감축과 2030년 중간 목표의 법적 강제력

유럽연합의 전환 시계를 결정하는 최상위 법적 근거는 2023년 4월 제정된 ‘유럽의회 및 이사회 규정 (EU) 2023/851’입니다. 유럽의회 공식 입법 설명에 따르면, 도로 교통 부문은 EU 전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약 5분의 1(20%)을 차지하며, 이 중 70% 이상이 승용차와 소형 상용차(밴)에서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EU는 2050년 기후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법적 패키지인 ‘Fit for 55’의 일환으로 신차의 배출 기준을 전면 개정했습니다.

이 규정의 핵심은 2035년 1월 1일부터 EU 역내에서 판매·등록되는 모든 신규 승용차와 밴의 주행 중 배출가스를 2021년 기준치 대비 100% 감축하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이는 꼬리표 배출가스가 0g CO2/km여야 함을 의미하므로 사실상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만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입법자들은 시장의 급격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2030년 중간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2030년까지 승용차는 55%, 소형 상용차는 50%의 CO2 감축을 달성해야 하며, 제조사가 배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초과 배출량 1g/km당, 등록 차량 1대당 95유로의 막대한 초과배출 프리미엄(벌금)을 물도록 명시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급속 충전 인프라 회랑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고속도로 휴게소의 급속 충전 인프라 회랑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3. 독일의 e-연료(합성연료) 예외 협상: 내연기관의 기술적 생존선과 현실적 한계

유럽연합의 규정 (EU) 2023/851이 최종 통과되는 과정에서 가장 격렬한 외교적 충돌이 벌어진 지점은 바로 ‘독일의 반대와 e-연료(e-fuels) 예외 조항’이었습니다. 2023년 3월 최종 표결을 앞두고 독일 연방 디지털교통부(BMDV)는 포르쉐를 비롯한 고성능 스포츠카 제조사와 정밀 기계 부품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탄소 포집 기술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합성한 ‘탄소중립 연료(e-fuel)’만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등록을 2035년 이후에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법안 채택을 일시적으로 저지했습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결국 타협안을 제시하며 규정 전문(Recital 11)에 e-연료 전용 차량의 등록을 위한 기술적 법규(위임법안)를 마련하겠다는 조항을 삽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 엔진 자체가 법적으로 영구 박멸되는 것은 면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유럽 환경청(EEA) 등의 분석에 따르면, e-연료는 전기를 배터리에 직접 충전해 모터를 구동하는 순수 전기차에 비해 전 과정 에너지 효율(Well-to-Wheel)이 4~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합성 공정에 막대한 그린 수소와 전력이 투입되어 생산 단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e-연료는 대중 양산차가 아닌 고가 스포츠카나 클래식 카, 또는 항공·선박 등 전동화가 불가능한 특수 분야의 틈새 기술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4. 영국의 갈지자 행보와 ZEV 의무제: 2030년 단계적 퇴출과 제조사 쿼터제(22%에서 80%로)

영국의 내연기관 퇴출 정책은 정치적 논쟁 속에서 표면적인 목표 연도가 수차례 조정되었지만, 그 아래를 받치는 법적 메커니즘은 매우 강력한 쿼터제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11월 ‘녹색 산업 혁명을 위한 10대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순수 휘발유·디젤 신차 판매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2023년 9월 리시 수낵 총리가 소비자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목표 시점을 2035년으로 5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24년 7월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순수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 목표를 다시 2030년으로 되돌리되, 하이브리드 모델은 2035년까지 허용하는 단계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정치적 일정 공방보다 중요한 실체는 2024년 1월 1일부로 정식 발효된 영국의 실정법 ‘2023년 자동차 배출권 거래제 명령(The Vehicle Emissions Trading Schemes Order 2023, SI 2023 No. 1355)’입니다. 이 법령은 소위 ‘ZEV Mandate(무공해차 의무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는 연간 승용차 판매 대수 중 무공해차(ZEV) 비율을 2024년 22%로 시작하여 2025년 28%, 2028년 52%, 2030년 80%, 그리고 2035년 100%까지 의무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만약 제조사가 이 법적 비율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제조사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하지도 못할 경우, 미달 차량 1대당 2024년 기준 15,000파운드(약 2,600만 원)의 징벌적 벌금을 내야 합니다. 즉, 선언적 금지 이전에 이미 판매 쿼터를 통해 내연기관차 출고량이 매년 강제로 삭감되는 구조가 법적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첨단 배터리 팩 모듈 조립 자동화 라인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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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르웨이의 기적과 실체: 법적 ‘금지령’이 아닌 조세 정책과 인프라로 달성한 80~90% 전기차 점유율

글로벌 내연기관 퇴출 논의에서 가장 앞서 나간 모범 사례로 꼽히는 국가는 단연 노르웨이입니다. 노르웨이 의회는 일찍이 2025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를 무공해차로 전환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노르웨이 통계청(Statistisk sentralbyrå, SSB)의 공식 차량 등록 통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신규 등록 승용차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은 이미 2023~2024년에 80%를 넘어섰으며, 특정 월에는 90% 이상을 기록해 사실상 목표를 조기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정부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형법이나 강제 행정 처분으로 ‘금지(Ban)’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노르웨이의 성공은 수력 발전 기반의 저렴한 전력과 높은 소득 수준이라는 배경 위에, 정교한 ‘조세 및 충전 인프라 설계’가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한 결과였습니다. 노르웨이는 전통적으로 차량 수입 시 부과하는 등록세와 배출세가 매우 높아 내연기관 신차 가격이 천문학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에 대해 25%에 달하는 부가가치세(VAT)를 전액 면제하고, 등록세를 면제하며, 공공 고속도로 통행료와 페리 요금을 일반 차량의 최대 70%까지만 받도록 법제화했습니다. 그 결과 동일 차급에서 내연기관차를 사는 것이 전기차를 사는 것보다 세금 때문에 오히려 훨씬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소비자가 강요가 아닌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전기차를 선택하게 만들고, 국토 전역에 촘촘한 공공 급속 충전 회랑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이 노르웨이 전환의 진짜 열쇠였습니다.

6. 미국 캘리포니아 CARB ACC II 규정과 연방 환경청: 2035년 100% 무공해차와 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허용

세계 5위 규모의 경제력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전동화 정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확정한 ‘Advanced Clean Cars II(ACC II)’ 규정은 2026년형 모델부터 2035년형 모델까지의 무공해 차량(ZEV) 판매 의무 비율을 단계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2026년 35%로 시작하여 2030년 68%, 그리고 2035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규 승용차와 경트럭의 100%를 무공해차로 채워야 합니다.

주목할 점은 CARB가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만을 고집하지 않고 매우 실용적인 유연성을 법제화했다는 사실입니다. ACC II 규정에 따르면, 제조사는 2035년 100% 의무 할당량 중 최대 20%까지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단, 이 혜택을 받는 PHEV는 순수 전기 모드로 최소 50마일(약 80km) 이상 주행할 수 있어야 하며 엄격한 배출가스 보증 요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이 규정은 뉴욕, 워싱턴, 매사추세츠 등 미국 내 인구와 차량 보유 대수가 많은 10여 개 주(Section 177 주)에 그대로 채택되어 미국 전체 신차 시장의 약 40%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연방 환경청(EPA)의 온실가스 배출 표준과 상호작용하며 전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도심 주거지의 스마트 완속 충전 및 전력 분배 거리를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도심 주거지의 스마트 완속 충전 및 전력 분배 거리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7. 현실의 벽: 충전 인프라의 지역적 양극화, 전력망 부하, 저가 보급형 모델 부족과 캐즘

법률과 제도가 야심 찬 연도를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글로벌 현장에서는 전환의 속도가 주춤하는 소위 ‘전기차 캐즘(Chasm,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Global EV Outlook 2024》 보고서가 지적하듯, 기술 얼리어답터들의 초기 구매 열풍이 지나간 뒤 일반 대중 소비자들이 직면한 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첫째는 충전 인프라의 극심한 지역적 양극화와 주거 형태의 문제입니다. 단독주택 차고에서 저렴한 심야 전력으로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는 계층과 달리,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거나 노상 주차를 해야 하는 다수 서민층에게 공공 급속 충전소는 긴 대기 시간과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이라는 이중고를 안깁니다. 둘째는 송배전망 용량의 물리적 한계입니다. 대규모 충전 허브가 도심에 집중될 경우 지역 변전소와 배전 계통의 피크 부하가 급증하여 전력망 보강에 수년 이상의 인허가 기간과 막대한 설비 투자가 소요됩니다. 셋째는 보급형 모델의 부족입니다.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국가들(독일, 프랑스 등)에서 2만~2만 5,000달러(약 2,700만~3,400만 원) 대의 경제적인 패밀리카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자 소비자들은 다시 하이브리드(HEV) 차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격차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현실적 수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8. 여덟 개 축이 함께 보여주는 전환의 진짜 모습: 일괄적인 단절이 아닌 정교한 산업과 규제의 재편

지금까지 살펴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노르웨이, 캘리포니아의 법령과 시장 데이터를 종합하면, 내연기관차의 종말은 마법 같은 어느 한 날의 ‘단절’이 아니라 다층적인 규제와 시장의 ‘재편’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법률의 타깃은 신차 제조사이지 기존 차주가 아닙니다. 2030년이나 2035년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등록된 내연기관차는 도로를 달릴 수 있으며, 부품 공급과 주유소 네트워크, 중고차 시장은 최소 15~20년에 걸쳐 서서히 축소되는 장기 연착륙 경로를 밟게 됩니다.
둘째, ‘전면 금지’라는 정치적 수사 뒤에는 각국의 현실적 타협책이 상존합니다. 독일이 확보한 e-연료 조항, 캘리포니아가 법제화한 20% 고성능 PHEV 쿼터, 그리고 영국의 ZEV 의무제 유연성 조항 등은 전동화 인프라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설계된 제도적 안전판입니다.
셋째, 전환의 진정한 완성은 금지 법률이 아니라 인프라의 경제성이 결정합니다. 노르웨이가 증명했듯, 세제 혜택과 촘촘한 충전 회랑이 구축되어 전기차가 유지비와 편의성에서 내연기관을 압도할 때 법적 강제 없이도 시장은 스스로 움직입니다. 앞으로 남은 10여 년의 시간은 법령의 데드라인을 둘러싼 정쟁을 넘어, 전력망 확장, 저가형 배터리 혁신, 그리고 공정한 충전 접근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전 세계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