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답과 이 글이 다루는 범위

《구운몽》(九雲夢)의 편력은 새 인물을 늘리는 방식으로만 짜여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 번 이름이 나온 인물은 다른 회차의 구절에서 다시 거론된다. 제15회의 서사문은 여덟 이름을 한자리에 모아 열거한다. 이 글은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3회와 제6회, 제13회, 제15회, 그리고 한국어 위키문헌 《구운몽》의 구절만 근거로 삼는다. 이 글은 3부작 가운데 2부다.

한국어 위키문헌 《구운몽》의 소개는 작품의 유래를 전승의 형태로 적는다. “김만중이 남해 유배 시절 어머니 윤씨 부인의 한가함과 근심을 덜어주기 위하여 지었다고 전해지는 한국 양반 소설의 대표적 작품이다.” 이 문장은 창작 동기를 단정하지 않는다. “전해지는”이라는 말이 분명히 붙어 있다. 필자는 이 유래를 확정된 사실로 쓰지 않는다.

같은 문헌에는 성진이 세속의 부귀를 떠올리는 대목이 있다. “슬프다, 우리 불가ᄂᆞᆫ 다ᄆᆞᆫ ᄒᆞᆫ 바리ᄯᅢ 밥과 ᄒᆞᆫ 잔 졍화슈요” 이 탄식은 수행의 생활을 아주 적은 분량으로 셈한다. 육관대사는 성진의 죄를 이렇게 든다. “네 뇽궁의 가 술을 먹으니 그 죄도 잇거니와 오다가 셕교샹의 팔션녀로 더브러 언어를 희롱ᄒᆞ고 ᄭᅩᆺ ᄭᅥᆺ거 주어시니” 이 꾸짖음은 술과 희롱과 꽃을 함께 묶어 말한다.

한국어 위키문헌 《구운몽》에서 양처사는 아들의 이름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이 아희 골결이 쳥슈ᄒᆞ니 쳔상 신션이 귀향왓도다.” 양처사는 아들의 이름을 소유로, 자를 천리로 짓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액자소설을 “이야기 속에 하나 이상의 내부 이야기를 가진 소설”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항목은 “액자소설은 대개 바깥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속이야기를 거쳐 다시 바깥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보통이다”라고 설명한다. 필자는 이 정의를 사전의 설명으로만 적어 둔다.

제3회 낙양 주루와 계섬월의 지감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3회에서 낙양의 선비들은 한 사람을 이렇게 소개한다. “彼娘子姓桂名蟾月,非但姿色歌舞獨步於東京,古今詩文無所不通,且其詩眼尤妙矣。” 이 소개는 계섬월(桂蟾月)의 자색과 가무를 앞에 둔다. 그러나 문장의 무게는 뒷부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금 시문에 통달했고 시를 보는 눈이 묘하다는 말이 함께 붙기 때문이다.

한국어 위키문헌 《구운몽》에도 같은 취지의 평이 있다. “글의 지감이 신통ᄒᆞ야 ᄒᆞᆫ번 보면 과거 닙낙을 졍ᄒᆞ기예” 이 구절은 계섬월을 글의 등급을 판정하는 사람으로 세운다. 제3회의 주루 모임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諸詩之中,桂卿擇其一首而歌之,則作其詩者,今夜當與桂卿好結芳緣,而吾輩皆作賀客而已” 시를 쓰는 쪽은 선비들이지만 고르는 쪽은 계섬월이다. 나무지 사람은 축하하는 손님의 자리로 물러난다.

양소유는 계섬월을 만난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 “去年我會過華州,偶見秦家女子,其容貌才華,足與桂娘可較伯仲,而不幸今也則亡” 양소유는 화주에서 본 진씨 여자가 이미 죽은 줄로 알고 말한다. 이 한마디는 뒤에 놓인 재회를 열어 두는 장치로 읽을 수 있다. 한국어 위키문헌 《구운몽》은 그 여자의 이름을 적는다. “대개 이 쳐ᄌᆞᄂᆞᆫ 셩은 진씨오, 일홈은 ᄎᆡ봉이니 진어ᄉᆞ의 ᄯᆞᆯ이라.”

같은 문헌에서 진채봉은 양소유의 첫 상대인 여인으로 제시된다. 같은 문헌은 그 집안의 변고도 전한다. “진어ᄉᆞᄂᆞᆫ 역젹의 참녜ᄒᆞ야 죽고 그 소져ᄂᆞᆫ 셔울로 자바가더니” 이 구절은 죽음이 아니라 이송을 말한다. 두 구절을 나란히 놓으면 양소유가 들은 소문과 문헌의 서술이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밤에 등불 켜진 옛 주루 마당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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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섬월의 청과 제15회 월왕의 말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3회에서 계섬월은 양소유에게 한 가지를 청한다. “惟願郎君娶賢婦於高門,以奉大夫人後,亦勿棄賤妾焉。” 계섬월은 높은 집안의 어진 아내를 먼저 말한다. 그다음에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덧붙인다. 이 청은 아내의 자리와 자기 자리를 처음부터 다르게 셈한다고 읽을 수 있다.

같은 회에서 계섬월은 한 사람을 직접 추천한다. “鄭司徒女子,窈窕之色,幽閒之德,爲當今女子中第一。” 계섬월은 정사도의 딸을 당대 여자 가운데 제일이라고 말한다. 추천하는 사람은 기녀이고 추천받는 사람은 사도의 딸이다. 필자는 이 구절을 인연을 소개하는 말이 인물의 신분을 넘어 오고 가는 자리로 본다.

계섬월은 자기 이름을 다른 두 이름과 함께 거론한다. “天下有『青樓三絕色』之語,江南萬玉燕、河北狄驚鴻,洛陽桂蟾月,蟾月即妾也。” 적경홍(狄驚鴻)의 이름이 이 구절 안에 이미 들어 있다. 한국어 위키문헌 《구운몽》에도 같은 셈이 있다. “우리 창가로 의논컨대 쳔하 졀ᄉᆡᆨ이 셰이 이시니 강남의 만옥년이오, 하북의 젹경홍이오, 낙양의 계셤월이라.” 두 구절은 한 사람의 입으로 세 사람의 이름을 미리 묶어 둔다.

제15회에서 월왕은 양소유의 편력을 이렇게 말한다. “獵取美色甚於飢謁,朝求於東暮取於西,窮燕趙之色,飫鄭衛之聲” 월왕은 동에서 구하고 서에서 취한다는 말로 양소유를 탄핵한다. 이 말은 편력을 작품 안에서 요약하는 또 하나의 목소리로 볼 수 있다. 독자가 세는 순서와 등장인물이 세는 순서가 겹친다.

제6회 가춘운의 선녀와 귀신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6회에서 정사도는 한 인물의 정체를 밝힌다. “此兒非鬼非仙,即吾家所育賈氏女子,其名春雲” 정사도는 귀신도 아니고 선녀도 아니라고 먼저 부정한다. 그다음에 자기 집에서 기른 가씨 여자 춘운이라고 말한다. 선녀와 귀신으로 나타난 여인은 이 말로 한 사람으로 정리된다.

같은 회에서 양소유는 그 일을 짧게 요약한다. “昔神女朝爲雲暮爲雨,今春娘朝爲仙暮爲鬼。” 양소유는 아침과 저녁을 짝으로 세운다. 선녀와 귀신도 짝으로 세운다. 이 대구는 두 번의 만남을 한 문장 안에 접어 넣는다고 읽을 수 있다.

필자는 가춘운의 등장 방식을 반복의 작은 모형으로 본다. 작품은 새 이름을 하나 더 만들지 않는다. 같은 이름에 다른 외양을 입혀 장면을 하나 더 얻는다. 이런 방식은 인물의 수보다 장면의 수를 늘리는 쪽에 가깝다.

책상 위 붓과 벼루와 빈 한지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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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계섬월의 단발과 적백란이라는 이름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6회는 계섬월의 소식을 전한다. “蟾月去年春,與遠方相公結一夜之緣,其後稱有疾病,諸絕遊客” 계섬월은 하룻밤의 인연 뒤에 병을 칭하고 손님을 끊었다. 계섬월은 그 사정을 직접 말한다. “自剪頭髮,稱有惡疾,僅免脅迫之辱。盡謝華妝,幻着山衣”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버리고 산중의 옷으로 바꿔 입었다는 서술이다.

이 두 구절은 재회의 조건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읽을 수 있다. 제3회의 인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6회의 구절은 그 사이의 시간을 몸의 변화로 적는다. 필자는 여기서 작품이 재등장을 공백 없이 잇는 방식을 본다.

같은 회에서 한 소년이 양소유 앞에 나타난다. “小生北方之人也,姓狄名百鸞,生長窮鄉,未遇碩師良友” 이 소년은 남장한 적경홍이다. 적경홍은 적백란이라는 이름을 대고 문하에 들기를 청한다. 이름과 성별을 바꾼 등장은 가춘운의 두 모습과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다.

제6회는 양소유가 곁의 여인을 잘못 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更見之:則翠眉明眸,雲鬢花臉,柳腰之勺約,雪膚之皎潔,皆蟾月,而細審之則非也。” 모든 특징이 계섬월과 같지만 자세하여 보면 계섬월이 아니다. 이 문장은 닮음과 다름을 같은 호흔에 담는다. 제13회의 헌수 잔치에서 손님들은 두 사람을 함께 평한다. “洛陽桂蟾月、河北狄驚鴻,擅名久矣,果絕豔,非楊丞相風流,何能致此也?”

제13회 봉작과 제15회의 여덟 이름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13회는 자리를 셋으로 나눈다. “乃下教;以英陽公主封魏國公左夫人,以蘭陽公主封右夫人,以秦氏本大夫之女,封爲淑人。” 정경패는 영양공주로 좌부인에, 난양공주는 우부인에, 진채봉은 숙인에 봉해진다. 세 사람의 자리에는 좌와 우와 숙인이라는 이름이 각각 붙는다. 이 봉작 기사는 인연을 감정이 아니라 직함으로 적는다고 볼 수 있다.

같은 회에서 진채봉은 자기 인연의 근거를 두 개로 말한다. “丞相惟知以《楊柳詞》共結舊日之約,而不知以紈扇詩得成今日之緣也。” 진채봉은 양류사의 옛 약속만 알고 부채 시를 모른다고 지적한다. 글이 두 번 등장하고, 약속도 두 겹으로 쌓인다. 필자는 이 지적을 재등장에 근거를 다시 붙이는 말로 읽는다.

제13회는 혼례 뒤의 사흘을 차례로 적는다. “是夜與英陽公主聯衾...是夕又與蘭陽公主並枕。第三日往於秦淑人之房。” 첫날은 영양공주, 다음날은 난양공주, 셋째 날은 진숙인의 방이다. 서술은 세 사람을 같은 문장 형식으로 나란히 놓는다. 봉작의 순서와 날의 순서가 같은 모양으로 반복된다.

제15회의 서사문은 여덟 이름을 한자리에 모은다. “弟子鄭氏瓊貝、簫和李氏,綵鳳秦氏、春雲賈氏、蟾月桂氏、驚鴻狄氏、嫋煙沈氏、凌波白氏,越宿齋沐,謹告於南海大師之前。” 열거는 이름과 성을 묶어 여덟 번 되풀이된다. 같은 회에서 두 공주는 “今吾二妻六妾,義逾骨肉,情同姐妹,其中或有從外國而來者,豈非天之所命乎?”라고 의논한다. 두 아내와 여섯 첩이라는 셈법이 여기서 분명하게 나온다. 양소유도 자기 쪽의 셈을 댄다. “小妾桂、狄、沈、白四介女,或未及釋葛時所卜,或奉命外國時所從,而皆在婚禮以前。”

이른 아침 산중 궁터의 돌계단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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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의 꿈이라는 말과 제15회의 전환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13회에는 혼례 자리의 느낌이 적혀 있다. “三位上仙,齊會一席。光搖五雲,影眩千門。丞相雙眸亂纈,九魄超忽,只疑身在於黑甜鄉也。” 두 공주와 진숙인이 한자리에 모인 장면이다. 양소유는 자기 몸이 꿈속에 있는 듯하다고 느낀다. 가장 밝은 장면에 꿈이라는 말이 붙는다.

같은 회에서 양소유는 더 분명하게 묻는다. “吾與夫人只卜後生之相逢矣,今日我在夢中,而亦不知夢耶?” 양소유는 다음 생에나 만날 줄 알았다고 먼저 말한다. 그다음에 지금이 꿈이 아닌지 되묻는다. 이 질문은 인물이 스스로 자기 자리를 의심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제15회는 전환을 한 문장으로 표시한다. “泰極否至,天道之恆。興盡悲來,人事之常也。” 성함이 지나면 쇠함이 오고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는 서술이다. 같은 회에서 양소유는 물러날 것을 청한다. “丞相自以盛滿可戒,大名難居,乃上疏乞退。” 가득 찬 것을 경계한다는 말과 큰 이름을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 나란히 놓인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액자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한다. “액자의 기능은 속이야기의 근원이나 진술 이유를 밝힐는 것에서부터 속이야기의 서술자를 은폐하기 위한 경우” 기능의 폭이 넓다는 설명이다. 필자는 꿈이라는 말이 작품 안에서 미리 반복된다는 점만 적어 둔다. 그 말이 전체 구조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이 글의 근거만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제15회 취미궁과 남악의 발원, 원문을 읽는 곳

중국어 위키문헌 《九雲夢》 제15회는 양소유의 새 거처를 적는다. “城南四十里有離富,即翠微官也,昔玄宗避暑之處也。” 성남 사십 리의 취미궁(翠微官)은 현종의 피서지였던 곳이다. 황제는 이 자리를 양소유에게 내린다. 공적의 끝에 놓이는 보상이 옛 임금의 피서지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양소유가 취미궁에서 퉁소를 불며 인생을 회고했다는 서술은 이 글이 쓴 근거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회는 여덟 사람의 화목을 다른 자리와 연결해 설명한다. “此雖諸夫人聖德,能致一家之和,而蓋當初九人在南岳時,其發願如此故也。” 서술자는 부인들의 덕을 먼저 말한다. 그다음에 아홉 사람이 남악에 있을 때의 발원을 든다. 여덟이라는 수와 아홉이라는 수가 한 문장 안에서 만난다.

독자가 이 구절들을 직접 확인할 곳은 분명하다. 한국어 본문은 위키문헌의 《구운몽》 항목에서 볼 수 있다. 한문 본문은 중국어 위키문헌의 《九雲夢》 제3회, 제6회, 제13회, 제15회 문서에서 볼 수 있다. 액자소설이라는 용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항목에서 볼 수 있다. 같은 사전은 몽유록 소설이 ‘현실-꿈-현실’의 구조를 취해 액자소설의 구성을 갖추었다고 설명하고, 액자소설 형식이 서술자의 시점을 다각화하는 이점을 지닌다고 적는다.

두 문헌의 같은 대목을 항목별로 나란히 놓으면 표기의 차이가 보인다. 첫째, 세 사람의 이름은 한쪽에서 萬玉燕·狄驚鴻·桂蟾月로, 다른 쪽에서 만옥년·젹경홍·계셤월로 적힌다. 둘째, 계섬월의 안목은 한쪽에서 詩眼으로, 다른 쪽에서 “글의 지감”으로 적힌다. 셋째, 화주에서 본 여자의 이름은 한국어 본문의 구절에 진채봉으로 적혀 있다. 이 차이가 판본의 차이인지 옮긴 말의 차이인지는 이 글의 근거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구운몽》을 “조선시대 쓰인 액자소설의 백미”로 평가한다.

함께 읽기: 《구운몽》의 창작 시기는 왜 1687년으로 좁혀지나 (1/3)

정리

양소유의 인연은 소개와 재회와 명단이라는 세 겹으로 적힌다고 볼 수 있다. 제3회는 계섬월을 시를 고르는 사람으로 세우고, 같은 회에서 적경홍과 정사도의 딸의 이름이 먼저 거론된다. 제6회는 가춘운을 선녀와 귀신으로, 적경홍을 적백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시킨다. 제13회는 좌부인과 우부인과 숙인의 자리를 나누고 사흘의 차례를 같은 형식으로 적는다.

제15회는 여덟 이름을 열거하고 두 아내와 여섯 첩이라는 셈을 적는다. 같은 회에는 성함과 쇠함을 말하는 서술과 물러날 것을 청하는 상소가 함께 놓인다. 취미궁 기사와 남악의 발원도 같은 회 안에 있다. 필자는 이 배치를 반복을 세어 두고 마지막에 묶는 방식으로 읽는다. 독자는 위키문헌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같은 구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