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답 — 누에고치에서 켠 실을 베틀로 짠 비단

명주는 누에를 쳐서 얻은 고치에서 실을 켜고, 그 실을 베틀로 짠 비단이다. 이 과정은 뽕나무를 기르는 일에서 시작한다. 보통 명주라고 하면 연견직물을 가리킨다. 생견직물인 생명주도 따로 있다. 이 글은 7부작 가운데 4부다.

명주는 집집마다 짜던 옷감이었다. 동시에 명주는 왕실 의례와도 이어진 옷감이었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는 친잠(親蠶)을 치렀다. 오늘날 성주 두리실의 명주짜기는 국가무형유산이다. 이런 점에서 명주는 농사와 손기술과 의례를 함께 담은 옷감으로 읽을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명주’ 항목 — 잠상에서 시작해 고치에서 실을 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내는 백과사전이다. 이 사전의 ‘명주’ 항목은 명주가 잠상(蠶桑)에서 시작된다고 적는다. 잠상은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를 치는 일이다. 먼저 뽕잎으로 누에를 기른다. 그다음 누에가 지은 고치에서 실을 얻는다. 같은 항목은 실 만드는 방법을 이렇게 적는다. “명주실은 누에고치를 끓는 물에 넣어 실 끝을 풀어서 자새 · 왕챙이 등의 기구로 실켜기를 하여 제사(製絲)한 것이다.”

다른 나라 기록과 나란히 놓으면 실을 얻는 방법의 차이가 보인다. 원료 면에서 한국 명주는 끓는 물에서 실 끝을 푼 고치를 쓴다. 일본 유키쓰무기(Yuki-tsumugi)는 명주실을 뽑을 수 없는 빈 고치나 기형 고치로 만든 풀솜을 쓴다. 실 만들기 면에서 유키쓰무기는 풀솜에서 손으로 실을 잣는다. 범위 면에서 유네스코는 중국의 비단 만들기가 뽕나무 재배와 누에치기, 고치에서 실 풀기, 실 만들기, 무늬 설계와 직조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이 비교는 ‘비단’이라는 한 단어 안에 서로 다른 실 만들기가 들어 있음을 보여 준다. 같은 누에고치라도 실을 켜느냐, 풀솜에서 잣느냐에 따라 다른 옷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 기록처럼 명주도 뽕나무에서 베틀까지 한 줄로 이어진 과정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붉은 배경 위에 누에나방, 누에, 반으로 잘린 고치와 흰 고치가 나란히 놓인 표본
누에나방의 한살이를 보여 주는 표본. 누에가 자라 실을 토해 흰 고치를 짓는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자연사박물관, 2014년 · Daderot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베틀로 짜는 법 — 한 필 20m 명주와 『삼국사기』 속 길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베틀에 올리기 전의 준비를 차례로 적는다. 먼저 명주실로 날실을 난다. 그다음 베매기로 날실에 풀을 먹인다. 풀 먹인 날실은 도투마리에 감아 베틀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잉아실을 걸고 날실 끝을 말코에 맨다. 이때 짜는 사람은 부티를 허리에 걸고 베틀신을 신은 발로 날실을 벌린다. 그리고 북으로 씨실을 넣고 바디로 쳐서 명주를 짠다.

같은 항목에 따르면 명주의 너비는 35~40cm 안팎이다. 한 필의 길이는 20m 정도다. 명주의 품질은 승수로 가르며, 15승이면 극상품이 된다. 이 숫자들은 명주가 정해진 너비와 길이, 품질 등급을 지닌 옷감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명주 한 필은 옷감이면서 셈할 수 있는 물건으로도 읽을 수 있다.

코리아중앙데일리(Korea JoongAng Daily) 기사는 『삼국사기(Samguksagi)』 등에 길쌈 기록이 있다고 전한다. 이 기록에서는 음력 7·8월에 기혼 여성들이 길쌈을 했고 시어머니가 베 짜는 법을 가르쳤다. 같은 기사에서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은 삼베와 모시를 여름 옷감으로, 무명과 비단을 비싼 옷감으로 설명했다. 모시는 한산모시 짜기를 다룬 2부에서 이어 볼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예전에는 전국 각지의 가정에서 재래식 베틀로 명주를 짜서 옷감을 자급자족했다고 적는다. 또 1803년 중국에 보낸 직물 가운데 백병주·홍명주 등이 사행기록 『계산기정(薊山紀程)』에 있다고 적는다.

날실이 걸린 나무 틀과 바디, 짜던 천이 보이는 전통 수직 베틀
나무로 만든 전통 베틀. 날실 사이로 씨실을 넣어 천을 짠다. 러시아 토르조크 민속센터, 2024년 · Лапоть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1476년 채상단 친잠례와 1767년 『친잠의궤』 — 왕비가 누에를 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친잠’ 항목은 친잠의 목적을 백성에게 양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장려하는 일로 설명한다. 친잠은 친잠례(親蠶禮)와 수견례(收繭禮)로 나뉜다. 친잠 기록은 1411년(태종 11)에 처음 나타난다. 의식을 갖춘 친잠례는 1476년(성종 7) 왕궁 후원의 채상단(採桑壇)에서 처음 치렀다. 1477년에는 친잠응행절목(親蠶應行節目)으로 제도화되었다. 서울특별시 자료에 따르면 선잠단(先蠶壇)은 누에의 신 서릉씨를 모시는 제단으로 성종 때 만들어졌다. 선잠단은 앞에 뽕나무를 심어 그 잎을 누에에게 먹이도록 했다는 점이 선농단과 다르다.

『친잠의궤(親蠶儀軌)』는 1767년(영조 43) 3월 예조에서 편찬한 기록이다. 이 의궤에 따르면 왕비는 다섯 가지, 내외명부는 일곱 가지, 2·3품 부인들은 아홉 가지의 뽕잎을 땄다. 누에씨는 순천부(順天府)에서 가져오고, 각종 잠구는 공조 선공감(繕工監)에서 마련했다. 반견사전에는 친잠으로 얻은 고치를 모든 신하에게 내리고 신하들이 감사하는 내용이 있다. 영조 계비 정순후(貞純后)의 수견의식은 5월 26일 덕유당(德遊堂)에서 열렸다. 백관의 하례는 5월 29일 숭정전(崇政殿)에서 받았다.

1924년에는 순종 효황후 윤비(尹妃)의 친잠의식이 있었다. 먼저 양력 5월 13일 수원 잠업시험소에서 소잠(掃蠶)을 했다. 그다음 양력 6월 17일 창덕궁 주합루(宙合樓) 서편 친잠실(親蠶室)에서 수견을 했다. 뽕잎 가지 수가 신분에 따라 달랐다는 기록은 친잠이 궁중의 위계를 드러내는 의례이기도 했음을 보여 준다. 또 고치를 신하에게 내린 기록은 명주의 원료가 의례 안에서 나누어 주는 물건이 되었다고 읽을 수 있다.

1988년 성주 두리실 명주짜기 지정과 함창·성북의 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988년 성주 두리실의 명주짜기가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기능보유자로는 조옥이(曺玉伊)가 지정되었다. 같은 항목의 사진 설명은 성주 두리실에서 뽕나무를 재배하고 명주를 짜서 왕실에 바쳐 왔다고 적는다. 이 지정은 앞서 본 가정의 길쌈 기술을 한 마을의 기법으로 이어 가려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전통 베틀, 실 켜는 도구, 인두 등 유물 188점을 소장하고 있다. 함께 문을 연 함창명주테마파크는 면적이 111,390㎡이고 비단 가공·생산 시설과 뽕나무 산책길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상주슬로라이프페스티벌, 누에·나비·곤충을 다루는 눈누난나 곤충페스타, 한복문화 걷기 행사가 열린다. 서울 성북구에는 2018년 4월 문을 연 선잠박물관이 성북파출소 옆에 있다. 이 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에서는 누에가 뽑아낸 실로 만든 옷감을 볼 수 있다.

원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온라인판의 ‘명주’, ‘친잠’, ‘친잠의궤’ 항목에서 읽을 수 있다. 『친잠의궤』는 규장각에 104장 1책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 이 필사본 말미에는 1919년에 고쳐 꾸몄다는 기록이 있다. 산지의 박물관과 서울의 선잠박물관을 함께 보면 명주가 농촌의 생산과 궁중의 의례 양쪽에 걸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명주와 다른 옷감·비단 기술을 원료와 특징, 공식 기록으로 나란히 본 표
옷감·기술원료특징과 쓰임공식 기록·근거
명주(한국)끓는 물에서 실 끝을 푼 누에고치를 자새·왕챙이로 켠 명주실너비 35~40cm 안팎, 한 필 20m 정도, 15승이면 극상품1988년 성주 두리실의 명주짜기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 지정
삼베(한국)식물에서 얻는 섬유여름 옷감, 더 먼저 쓰였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음코리아중앙데일리 기사 속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 설명
모시(한국)식물에서 얻는 섬유여름 옷감, 더 먼저 쓰였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음코리아중앙데일리 기사 속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 설명
중국의 양잠과 비단 공예뽕나무 재배와 누에치기로 얻은 고치에서 푼 실실 만들기부터 무늬 설계와 직조까지 포함하는 기술2009년(제4차 위원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유키쓰무기(일본)빈 고치나 기형 고치로 만든 풀솜을 손으로 자은 실가볍고 따뜻하며 빳빳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님, 전통적으로 기모노에 씀2010년(제5차 위원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서울 선잠단 터와 뽕나무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서울 선잠단 터와 뽕나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
▶ 유튜브 작업 영상
국가유산채널(K-Heritage Channel)
[K-ASMR] 국가무형유산 명주짜기(Silk Weaving)(SUB) | KOREA 유튜브에서 작업 영상 바로보기 →

정리

본론의 기록을 이어 보면 명주는 실 한 가닥을 얻는 일부터 나라의 의례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 놓인다. 뽕나무와 고치, 베틀의 도구 이름, 한 필의 길이, 왕비가 딴 뽕잎 가지 수가 모두 같은 옷감을 가리킨다. 그러나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사 속 한 마을 이장은 30년 전만 해도 모시·삼베·명주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값싼 외국 옷감 때문에 거의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남는 질문도 있다. 연견직물인 명주와 생견직물인 생명주가 쓰임에서 어떻게 달랐는지는 더 살펴볼 대목이다. 현장에서는 베틀의 도투마리와 바디, 북을 직접 찾아보면 좋다. 원문에서는 『친잠의궤』의 반견사전과 준비 절차 대목을 먼저 읽어 볼 만하다.

창덕궁 주합루와 후원을 설명하기 위한 AI 재현 이미지
AI로 재현한 일러스트 · 실제 사진 아님 — 창덕궁 주합루와 후원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