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은 땅이 지도마다 달라 보이는 까닭과 읽는 순서

지도를 보다 보면 둥근 지구가 어떻게 평평한 종이 한 장 위에 올라가는지 궁금해지기 쉽다. 바다와 해안의 데이터를 모으는 미국 NOAA 국립해양서비스(National Ocean Service)는 해도 제작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 문제부터 짚는다. NOAA는 바다와 해안에 대해 모은 데이터는 3차원 세계를 나타내지만 해도는 2차원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글에서 NOAA는 지구의 일부를 평평한 해도로 만들려면 투영, 곧 도법이 필요하다고 적는다. 두 문장은 지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평면으로 옮기는 방식'부터 살펴야 한다는 출발점으로 읽을 수 있다.

이 글은 다음 순서로 읽는다. 먼저 NOAA가 말하는 도법 선택의 원칙을 보고, 해도에 주로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과 그 해도를 만드는 기관을 살핀다. 이어 국토교통부 지적통계를 통해 한 나라의 면적이라는 숫자가 어떤 기준에서 나오는지 본다. 그다음 1861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현대 지도와 견주면 어디가 맞고 어디가 어긋나는지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방식의 지도를 함께 읽는 태도를 생각해 본다.

2. NOAA의 원칙: 완벽한 도법은 없고 용도에 맞춰 고른다

NOAA는 어떤 지도 도법도 세계를 완벽하게 보여 주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도법마다 고유한 왜곡이 생기므로 지도 제작자는 용도에 맞는 도법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 NOAA의 설명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말은 '고유한'이다. 왜곡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도법마다 왜곡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설명은 지도를 '정답 한 장'으로 보던 습관을 바꾸게 한다. 지도는 실물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에 맞춰 선택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도 앞에서 던질 첫 질문은 '맞는 지도인가'보다 '무엇을 하려고 만든 지도인가'가 된다. 용도가 다르면 다른 도법이 선택될 수 있다는 것도 같은 원칙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18장을 이어 붙인 메르카토르의 1569년 세계지도 전체 모습
메르카토르가 1569년에 펴낸 세계지도. 18장을 이어 붙인 전체 모습 · Gerardus Mercator · Public domain · 위키미디어 공용

3. 메르카토르 도법: NOAA가 말하는 16세기 이후의 원통 도법 해도

NOAA에 따르면 메르카토르 도법은 원통 도법이다. NOAA는 해도에는 보통 메르카토르 도법을 쓴다고 적는다. 이 도법에서는 위선과 경선이 직각으로 만나고, 일정한 나침반 방위를 해도 위에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 또 NOAA는 항해자들이 16세기부터 메르카토르 해도를 써 왔다고 설명한다.

앞 절의 원칙과 겹쳐 보면, 메르카토르 도법 역시 완벽한 그림이 아니라 해도라는 용도에 맞춰 선택되는 도법으로 읽을 수 있다. 도법마다 고유한 왜곡이 있다는 NOAA의 일반 원칙은 메르카토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NOAA가 이 도법에 대해 드는 특징은 선의 성질, 곧 직각으로 만나는 위선·경선과 직선으로 그릴 수 있는 일정한 방위다. 이 점은 메르카토르 지도를 땅의 넓이를 견주는 그림보다 방향을 읽는 도구로 먼저 떠올리게 한다. 16세기부터 이어진 쓰임은 한 도법이 특정 용도에서 오래 선택되어 온 사례로 볼 수 있다.

4. NOAA 해안측량국: 미국 공식 해도 제작 기관과 도법 선택

NOAA의 해안측량국(Office of Coast Survey)은 국립해양서비스에 속한 기관으로, 미국의 공식 해도 제작 기관이다. 해도를 전담하는 기관이 있고, 그 기관이 속한 국립해양서비스가 도법 선택의 원칙을 일반 독자에게 풀어 설명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본 대로 NOAA는 해도에는 보통 메르카토르 도법을 쓴다고 밝힌다. 해도라는 실물은 이렇게 기관의 업무와 도법의 선택이 겹치는 자리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도법이 학자들만의 이론이 아니라 국가 기관의 실무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지도 한 장에는 그 지도를 만든 기관과 그 기관이 맡은 일이 함께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해도를 만드는 기관에게 '용도에 맞는 도법'이란 곧 항해에 맞는 도법으로 읽을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공식 지도를 볼 때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부터 살피면, 그 지도가 왜 그런 도법을 택했는지 차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NOAA 로고와 수심 숫자가 표시된 퓨젓사운드 해도
미국 NOAA가 펴낸 워싱턴주 퓨젓사운드 해도(18440호), 2017년 4월판 ·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 Public domain · 위키미디어 공용

5. 국토교통부 2024년 지적통계: 등록된 국토 면적 100,449.4㎢

국토교통부는 국토정책 수립과 행정업무에 기초가 되는 2024년 지적(地籍)통계를 4월 1일 공표했고, 이 통계는 2023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다. 뉴스서울 보도에 따르면 토지·임야대장에 등록된 국토 면적은 100,449.4㎢, 필지 수는 3963만 2천 필지다. 등록 면적은 전년보다 5.8㎢ 늘었고, 보도는 이를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이르는 크기로 소개한다. 늘어난 까닭은 미등록 토지 정비사업, 공유수면 매립, 국가어항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새로 등록된 토지가 생긴 데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숫자는 한 나라의 면적도 고정된 값이 아니라 어떤 장부에 무엇이 등록되었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값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매립이나 정비로 등록 토지가 늘면 통계상의 면적도 달라진다. 그래서 한국과 크기가 비슷한 나라를 찾아보려 할 때도, 견주려는 숫자가 어느 기관의 어떤 기준에서 나온 값인지 먼저 맞춰 보는 편이 안전하다. 지도에서 도법을 확인하듯, 면적 통계에서는 기준일과 집계 방식을 확인하는 일이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6.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1861년 목판본, 1864년 재간, 22첩 분첩절첩식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는 1804년쯤 태어나 1866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 제작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대동여지도는 1861년 김정호가 목판본으로 만든 절첩분첩식 전국 지도첩이다. 같은 사전은 1864년에 다시 펴낸 22첩 절첩식 지도를 펼친 사진을 싣고 있다. 뉴시스 보도는 김정호가 필사본 전국지도인 청구도(靑邱圖)·동여도(東輿圖)와 지리지 대동지지(大東地志)를 펴낸 뒤 그 성과를 모아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다고 전한다. 이 흐름은 대동여지도를 앞선 지도와 지리지 작업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읽게 해 준다.

대동여지도는 국토를 남북 22층으로 나누고 각 층을 접는 첩으로 만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개한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22첩을 모두 이으면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의 대형 전국지도가 된다. 지도는 백두산에서 시작해 산맥을 이어 그리고 그 사이 물줄기를 자세히 나타냈으며, 곡선인 물줄기와 구분하려고 도로는 직선으로 긋고 10리마다 점을 찍어 거리를 가늠하게 했다. 행정구역·군사시설·읍성·봉수 등은 기호로 표시했고, 첫머리에는 현대 지도의 범례에 해당하는 '지도표'를 실었다. 1만 3000여 개의 지명을 담아 조선시대 목판본 지도 가운데 가장 많은 지명을 수록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목판으로 인쇄해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들고 다니며 쓸 수 있게 한 점을 대동여지도의 특징으로 꼽는다. 김정호를 둘러싸고는 흥선대원군이 목판을 불태웠다는 이야기와, 전국을 답사하고 백두산을 오르내리며 측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판목이 숭실대학교 박물관에 1매, 국립중앙박물관에 11매 남아 있어 목판을 불태웠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고 적는다. 전국 답사와 백두산 측량설에 대해서도 근거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또 202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영인본에는 원본에 없는 독도가 울릉도 옆에 표기되어 있어, 원본과 영인본을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기록은 대동여지도를 영웅담보다 편찬과 인쇄의 성과로 읽게 해 준다.

여러 첩을 이어 펼친 김정호 대동여지도 한반도 전체 모습
김정호가 1861년에 펴낸 대동여지도. 여러 첩을 이어 펼친 한반도 전체 모습 · Kim Jeong-ho · Public domain · 위키미디어 공용
▶ 유튜브 작업 영상
KBS News
조선 지도 결정판 ‘대동여지도’를 펼치다 [9시 뉴스] / KBS 2026.02.12. 유튜브에서 작업 영상 바로보기 →

7. 대동여지도의 정확도: 10리 방안 2.5㎝와 함경도의 오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대동여지도가 현대 지도처럼 근대 측량에 기대어 투영법을 적용한 지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동여지도가 바탕으로 삼은 경위선표의 경위선은 현대의 경위도 개념이 아니라 평면 위에 그린 방격, 곧 바둑판 같은 격자다. 대동여지도는 10리 방안을 썼고, 방안 한 칸의 크기는 2.5㎝로 일치한다. 지도 전체가 같은 크기의 격자 위에 놓였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확도에 대해 같은 사전은 현대 지도와 비교하면 북부 지방, 특히 함경도 지방에서 큰 오차가 발견된다고 적는다. 동시에 북부 일부 지역을 빼면 현대 지도의 한반도 윤곽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위치나 해안선의 오차를 수치로 밝힌 자료는 이 글의 근거에 없으므로, 오차의 크기는 숫자로 말하지 않는다. 이 평가는 '정확하다'와 '부정확하다' 가운데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어느 지역에서 맞고 어느 지역에서 어긋나는지를 함께 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앞서 본 메르카토르 도법은 NOAA가 원통 도법으로 소개하는 투영이다. 반면 대동여지도는 투영법이 아니라 평면 위의 방격을 바탕으로 했다. 지구를 평평한 해도로 옮기는 투영과, 일정한 거리 단위의 격자 위에 땅을 배치하는 방법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두 지도 모두 방위를 직선으로 긋거나 10리마다 점을 찍는 식으로 쓰는 사람의 필요에 맞춰 선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나란히 놓고 읽을 만하다.

메르카토르 해도와 대동여지도: 땅을 평면에 옮긴 두 방식 (NOAA·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국립중앙박물관 자료)
구분메르카토르 해도 (NOAA)대동여지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국립중앙박물관)
바탕 방식원통 도법(투영)투영법이 아닌 평면 위 방격, 10리 방안(한 칸 2.5㎝)
선의 특징위선·경선이 직각으로 만나고 일정한 나침반 방위를 직선으로 그림도로를 직선으로 긋고 10리마다 점을 찍어 거리를 가늠
쓰인 시기항해자들이 16세기부터 사용1861년 목판본 제작, 1864년 재간
형태평평한 2차원 해도남북 22층을 첩으로 나눈 분첩절첩식, 모두 이으면 약 6.7m×3.8m
왜곡·오차도법마다 고유한 왜곡이 있음북부, 특히 함경도에서 큰 오차, 그 밖에는 한반도 윤곽과 거의 일치

8. 종합: 세계는 하나, 지도는 여러 장

첫째, 어떤 지도든 둥근 하나의 지구를 평평하게 펼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NOAA가 말하듯 어떤 도법도 완벽한 그림이 아니고 도법마다 고유한 왜곡이 있다. 메르카토르 해도가 일정한 방위를 직선으로 그리는 데 쓰이듯, 지도마다 앞세운 목적이 있다. 그러니 한 장의 지도만 믿기보다 그 지도의 도법과 용도를 함께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면적 통계 역시 기준일과 등록 방식을 함께 볼 때 의미가 분명해진다.

둘째, 대동여지도 같은 옛 지도도 당대의 방법으로 땅을 그려 낸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다. 투영법 대신 10리 방안을 쓰고, 22첩으로 나눠 접는 구조에 목판 인쇄로 손쉽게 휴대하게 한 방식은 쓰는 사람을 염두에 둔 설계로 읽힌다. 함경도 등 북부의 큰 오차와 나머지 지역의 윤곽 일치를 함께 기억하면, 옛 지도를 신화로도 실패작으로도 보지 않고 지금 지도와 나란히 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목판 소각설처럼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걸러 내는 일도 함께 이루어진다.

셋째, 지도마다 그리는 방식이 달라도 땅과 바다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세계는 하나로 읽을 수 있다. NOAA가 설명한 3차원 세계와 2차원 해도 사이의 간격은, 지도가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세계를 옮겨 적은 기록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미국의 해도와 조선의 지도첩은 방법도 시기도 다르지만, 같은 하나의 땅과 바다를 평면에 담으려 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어져 있다. 여러 장의 지도를 겹쳐 읽을수록 그 너머의 하나뿐인 세계가 더 또렷해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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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 앞 나무 받침대에 놓인 19세기 대형 지구의
프랑스 에피날 시립도서관 열람실에 있는 19세기 손으로 그린 지구의(2022년 촬영) · Ji-Elle · CC BY-SA 4.0 · 위키미디어 공용